신년 초부터 게임업계를 가장 들썩이게 했던 소식은 단연 김정주 대표의 NXC 지분 매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격은 얼마, 지분 매입에 나선 주체는 어디, 매각 시기는 언제 등을 궁금해하는 이들은 많아졌고, 이에 대한 소식 혹은 루머가 연일 이어졌다.
넥슨 지분 매각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는 근거 중 하나로 넥슨의 성장 모멘텀이 이전 같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확실히 지난해 넥슨은 여러 게임을 내놨지만 만족할만한 매출을 낸 게임을 선보이지는 못 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을 내릴만한 게임이야 있었지만 해당 게임에 대해 넥슨과 게임산업이 걸었던 기대는 소기의 성과 수준은 아니었다.
냉정히 말해 이는 2018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 흥행작을 만들겠다, 새로운 흥행 IP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는 지난 몇 년간 넥슨의 지상과제였다. 이런 목표가 몇 년간 이어졌다는 것은 그 기간동안 목표를 이루지 못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순히 작년 한해의 성과를 두고 넥슨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넥슨은 지난 몇 년간 가장 다양한 게임을 시장에 선보인 게임사였다는 점이 전혀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팔리는 게임’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를 탈피한 게임을 꾸준히 선보인 게임사는 넥슨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사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게임산업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전에 없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들로 인해 발전해왔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사,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게임사에 대한 평가가 높은 것은 게임산업 특유의 창조적 특성 때문이다.
개발사 아이덴티티를 찾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어진 넥슨의 지난 몇 년간의 행보는 이러한 가치에 부합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야생의 땅: 듀랑고, 이블팩토리나 애프터디엔드 같은 레트로, 인디 감성의 게임들은 넥슨이 이 시기 선보인 시류에서 벗어난 게임들이다.
공시 자료만 본다면 이러한 시도의 가치는 ‘적자’로 표현된다. 비용은 들어갔으나 큰 매출을 일으키지는 못한 게임들은 기업에 득이 되지 않는 존재에 그친다.
하지만 넥슨의 이러한 시도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결국 시장의 장르 편중을 억제하는 역할로도 이어졌다. 매번 똑같은 게임만 출시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국내 게임시장이기에 넥슨의 이런 시도는 더욱 가치를 지닌다. 다만 그 가치가 실적자료에 기재되지 않을 뿐이다.
물론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매출이다. 이를 떼어놓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자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지나치게 낭만적이기만 한 이야기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전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을 한 게임사가 모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한 게임사는 모두 새로운 도전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게임시장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50일 가량 NXC 지분 매각에 따른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는 와중에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떠오른 것은 뜬금없게도 어린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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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법이 없다”라고 말했던 소설 속 그 아이 말이다.
숫자가 아닌 게임사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기해년 벽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