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30일 전기차 보급 대수와 충전 인프라 현황을 홍보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가 3만2천대로 세계 5위 수준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최소 2기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해 최고의 충전 여건을 갖췄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환경부의 자료만 보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선진화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거의 부실한 충전 인프라 관리 대책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전기차 관련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까지 기존 전기차 충전소 관리에 대한 사후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서울특별시 등 지자체가 내놓는 충전 인프라 확대 대책은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일명 ‘서울형 집중 충전소’라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계획을 내놨다.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외빌딩 앞 공영주차장, 양재 수소충전소 등 주요 시설에 최소 10기 이상의 충전기를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박원순 시장 등을 내세워서 충전소 건설을 통해 전기차 선진화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은행 내 집중형 충전소 건설이 서울시 정책을 뒷받침해줄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서울시는 ‘차 없는 날’ 행사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은행 내 충전소 건설을 예고한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2년만에 거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집중 충전소 유력 후보지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은 전력 수급 등의 문제로 집중형 충전소 건설이 취소됐다. 대신 건물 내 지하주차장에 최신형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2기가 설치됐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충전소를 활용하는 전기차 오너 수는 적은 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서울에 여섯 곳에 집중형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됐다"며 "상반기에 4개소, 하반기에 4개소가 추가돼 연내 14개에 이르는 집중형 충전소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점은 아직까지 악천후를 대비할 수 있는 지상 충전소 관리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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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따르면, 5기 이상이 설치된 전기차 지상 충전소의 경우 지붕 역할을 하는 캐노피를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하의 충전기가 설치된 충전소의 경우 주차면 절반 이상을 캐노피로 채우면 안되는 규정이 있다.
이같은 규제로 인해, 전기차 오너들은 눈이나 비가 올 때 지상 충전소를 피할 수 밖에 없다. 충전기의 무게가 꽤 나가기 때문에, 우산을 들면서 한 손으로 충전기를 옮기고 꼽기가 어렵다. 이같은 불편함이 있는데도, 환경부 등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충전 인프라가 최고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