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바이오의약품 직판 네트워크 구축

서정진 회장 “2020년까지 판매망 구축 후 은퇴”

디지털경제입력 :2019/01/06 13:00    수정: 2019/01/06 13:47

셀트리온그룹이 피하주사형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바이오의약품 직접 판매(직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함께 높이기 위해 국내외 생산 공장도 증설, 신설한다. 케미컬(화학합성의약품)사업도 강화해 1천425조 규모 바이오시밀러와 케미컬의약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셀트리온그룹은 직판 네트워크가 자리 잡으면 국내 내수시장에만 집중했던 국내 제약사들 제품도 세계 각국에 선보이는 의미 있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이같은 구상의 전초작업을 맡은 후 은퇴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셀트리온그룹은 4일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2019년 사업과 마케팅 전략을 발표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여린 간담회에서 올해 사업과 마케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서 회장은 새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사업 목표로 ▲램시마SC 유럽 론칭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한 세계 시장 속 직판 네트워크 구축 ▲생산 기지 다원화와 가격 경쟁력 강화 ▲셀트리온제약을 통한 케미컬사업 확대 등을 제시했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의 정맥주사(IV) 형태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한 제품이다. 링거로 맞는 정맥주사는 병원을 방문해 투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피하주사는 환자가 가정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어 간편하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초 유럽의약품청(EMA)에 판매 허가를 신청, 올 3~4분기 승인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램시마SC의 편의성과 램시마와의 시너지를 고려할 때 경쟁제품 휴미라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계 의료진 대상 시장조사에서도 램시마와 같은 원료로 개발된 램시마SC가 효능 면에서 뛰어나고 사용성도 좋으니 1차 치료제로 선호한다는 답변율이 50%였다.

서 회장은 “정맥주사형 제제는 병원에서 투약하는 데 2~3시간 걸린다. 장질환 환자 중에는 30~50대도 많은데 활동 제약 문제로 집에서 주사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의사가 원하는 것도 한 원료 물질로 개발된 제제다. 환자에게 빠른 효능을 위해 정맥주사 램시마를 우선 처방하고 환자가 안정 단계가 되면 램시마SC로 스위칭(switching)해 주사하는 것이다. 악화되면 다시 램시마를 처방할 수 있다. 다른 원료 제품을 사용하면 항체가 여러 개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휴미라를 처방한 이유가 편의성 때문이었지만 램시마SC가 나오면 의사들이 램시마와 램시마SC를 사용하면서 두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생산부터 유통까지 책임져 원가 경쟁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4일 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셀트리온그룹은 램시마SC를 앞세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세계 시장에 바이오의약품 직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그간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화이자, 테바, 컨 파마 등과 협력해 각국에 자사 제품을 공급했지만 직판이 가능해지면 유통 수수료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직판 체계를 구축해 개발부터 유통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 램시마SC부터 직판 체제로 간다”며 “각 지역에 법인 설립 중이며 원료는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만들고 완제품은 한국과 터키, 독일, 미국 등, 패키징은 영국 등에서 하는 등 세계로 가치사슬(value chain)을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현재 판매 방식에서 램시마 수수료율은 평균 40%, 트룩시마는 38%, 허쥬마는 37%”라며 “지난해부터 해외 판매를 직접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네덜란드 주재원 등록까지 했다. 현재 일본엔 직판망이 깔렸는데 직원수가 70명이다. 100명 정도로 늘리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램시마SC 직판 작업은 마무리해 직판이 확정됐다”며 “파트너가 판매 중인 기존 제품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직판할 때 영업이익이 높겠다는 판단이 들면 직판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그룹은 올 1월부터 기존 제품에 대한 파트너들과의 협상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양사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나오지 않으면 직판으로 가는 것이다. 협상과 직판을 위한 도매상가 라이언스를 받는 기간을 고려해 지난해 3~4분기부터 제품 출하량을 줄이는 조치도 마쳤다. 직판이 결정된 지역은 올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직판 시스템을 통해 대형 시장인 중국도 뚫는다. 서 회장은 “중국에서 올 상반기 내 중국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노력했다. 여러 국영, 민영기업과 논의 중”이라며 “늦어도 올 3분기 내 파트너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자사 바이오시밀러 제품 3개 다 다 허가 절차를 받고 있고 내년부터 제품 판매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또 다른 과제인 생산 능력 확대는 국내와 국외에 각각 12만 리터(L), 24만L 규모 공장 설립으로 해결한다. 국외 생산 공장 설립은 생산 기지 다원화로 배양 공정이 오염됐을 때를 대비한 조치기도 하다.

서 회장은 “국내 일자리 문제를 고려해 생산 기지는 최대한 국내 투자할 생각”이라며 “단 가격이 많이 내려간 제품은 경쟁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서 생산한다. 지난해부터 몇몇 국가와 협의 중이며 당사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올 상반기면 협의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일 지역에서 모든 생산이 이뤄지면 배양 공정이 오염됐을 때 위험할 수 있다”며 “오염 여파가 길면 1년까지 길어질 수 있는데 문제를 해결해도 그 공장에서 만든 상품은 파트너들이 판매를 꺼리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올해부터 케미컬의약품 수출 매출 기대

셀트리온 본사.(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케미컬사업도 키운다. 바이오의약품과 케미컬의약품을 모두 개발·생산·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자신감이다. 셀트리온그룹은 공장 건설에 2천300억원, 제품 개발 600억원, 운영 500억원 등 현재까지 약 8천900억원을 셀트리온제약에 투자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12월 영국 보건당국(MHRA)의 청주공장 실사를 완료했으며 연초 유럽 의약품 제조시설 품질관리기준(GMP) 승인도 기대된다. 셀트리온제약이 생산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1) 치료제 ‘테믹시스정’은 같은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국제조달기관으로부터 개발 중인 제품을 포함한 6개 케미컬의약품에 대한 장기공급계약자로 선정됐다. 2019년부터 케미컬의약품 수출 매출이 기대된다.

서 회장은 “올해 에이즈 치료제 1~2개를 허가 받고 오는 2020년 2~3개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인도가 케미컬 시장을 상당히 점유했는데 당사 기술력이면 할 수 있겠다 싶어 뛰어들었다. 올해부터 셀트리온그룹은 케미컬의약품 수출기업이 된다”고 자신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제시한 목표가 실현되면 1천조원 규모 케미컬의약품 시장, 425조원 규모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뤄진 1천425조원 처방약 시장을 정조준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현재 전체 인구 중 16%에만 판매되는 셀트리온그룹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2017년 기준 당사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세계 인구 중 16%만 사용한다. 84%는 사용하지 못 한다”며 “예로 (16%에 속한) OECD 국가에선 유방암에 걸려 죽는 사람이 없지만 84%는 약값을 댈 비용이 없다. 유방암 치료제는 2년간 복용해야 하는데 1년 약값이 8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도 노력했지만 올해도 의료비가 부족한 나라에 제품을 공급해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사 제품, 세계에 알리는 통로될 것”

셀트리온그룹은 향후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 제품도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통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제약산업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국내사 제품 대부분이 세계로 나가기 어려운데 세계 시장의 1천425조원 규모는 엄청난 것”이라며 “셀트리온그룹이 직판망으로 의약품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제약사들 제품도 판매하면 해외로 나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많지만 셀트리온그룹이 가는 길을 국내 여러 기업이 따라와준다면 의미 있는 일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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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주로 국외서 직판망 구축에 집중하며 이같은 사업 전략을 추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은퇴하고 다음 단계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셀트리온그룹을 바이오의약품과 케미컬의약품 판매망까지 갖춘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 여기까지가 1단계며 본인은 2020년 말에 은퇴할 생각이다. 나갈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단계는 전문 경영인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