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여 동안 애플은 거침 없는 하이킥을 계속해 왔다. 아이폰 덕분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물러난 이후에도 애플의 고속 성장은 계속됐다. 물류와 관리의 천재인 팀 쿡이 혁신 대신 중국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애플을 계속 키워냈다.
그런 애플이 10년 만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애플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믿는 도끼’ 아이폰과 새로운 성장엔진 중국 시장이었다.
씨넷,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2019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예상치를 84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 해 11월 분기 실적 발표 당시 12월 마감되는 2019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예상치를 890억~930억 달러로 제시했다.
팀 쿡은 또 1분기 총 마진도 38%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시 38~38.5%로 제시했던 당초 예상치에 비해선 실망스런 수준이다.
애플이 분기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최근 15년 동안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7% 가량 폭락했다.
■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 악화"
씨넷은 이번 실적 예상치 하향 조정이 2008년 12월 분기를 연상케한다고 전했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애플은 분기 실적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애플을 이끌던 스티브 잡스는 컨퍼런스 콜도 생략한 채 “애플은 괜찮다”고 했던 때와 비슷하다고밝힌 적 있다.
2008년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애플 성장 엔진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란 점에서 그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팀 쿡이 꼽은 실적 부진 요인은 아이폰과 중국이었다. 더 구체적으론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맥과 아이패드 역시 중국 판매량이 감소했다.
팀 쿡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씨넷에 따르면 이날 팀 쿡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 관계가 고조된 점이 중국 경제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줄어든 부분에 아이폰 판매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아이폰 가격이 상승한 것 역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성능 고의 저하 의혹 때문에 지난 해 수리 비용을 대폭 낮춰준 것도 아이폰 신모델 업그레이드 수요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팀 쿡이 설명했다.
팀 쿡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일부는 거시경제 요인 때문이며, 또 일부는 애플 자체 문제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앉아서 상황이 달라지길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제 가능한 부분들에 집중해 상황을 호전시키겠다는 얘기였다.
■ '아이폰 이후 먹거리' 고민 더 커질 듯
이런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새 모델 수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애플은 지난 해 아이폰XS와 XS 맥스 등 고급 모델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기를 끈 건 오히려 보급형인 아이폰X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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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플은 장기적으론 아이폰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매출원을 찾아야만 한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아이튠스, 앱스토어 등 서비스 사업 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지는 아이폰의 짐을 나눠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의 분기 매출 예상치 하향 조정이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