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제조업 몰락에 따른 돌파구입니다. 스마트시티를 하지 않으면 변화의 혁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성수 한글과컴퓨터 상무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시티를 비빔밥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라는 밥 위에 IoT, 빅데이터, AI 등의 반찬이 올라간 비빔밥이 스마트시티라면서 "비빔밥이 맛있으려면 참기름, 고추장 등을 넣고 잘 비벼서 제공해야 하죠.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입니다. IoT, 빅데이터, AI 등 여러 기술을 잘 아우르지 못하면 개별 기술로는 특별한 맛을 줄 수가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전자정부, 유시티를 비롯해 해외 정부 사업까지 스마트시티 전 단계에서 이뤄졌던 여러 공공사업의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에서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실 담당 상무로,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컴은 최근 그룹 전체가 신성장 동력으로 스마트시티를 내세웠다. 향후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의 50%를 스마트시티를 통해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스마트시티는 미래에 대한 대비…적응 못하면 도태”
박 상무는 스마트시티가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것에 대해 제조업 몰락에 따른 돌파”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트렌드로 보면 제조업이 몰락하고 있고, IT 기업 입장에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도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IT기술을 도시에 접목시키는 요구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가 즉각 IT 기업에 활황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진 않았다. 그는 “스마트시티 사업은 여러 여건의 부족으로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하지만 스마트시티를 하지 않으면 변화의 혁명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당장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대비 측면에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봤다.
이어 박 상무는 “스마트시티는 비빔밥”이라고 소개했다. “개별 기술로는 특별한 메리트를 줄 수 없다”며 “개별 기술을 스마트시티 안에 잘 비벼서 제공해야만 일반 시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밥이 플랫폼이고 새로운 혁신 기술들이 반찬이라면, 고추장과 참기름은 무엇일까.
박 상무는 “스마트시티를 잘 비빌 수 있게 해주는 고추장과 참기름은 저희와 같은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일 수도 있고 사업자일 수도 있다”며 “스마트시티 사업에 종사하는 이해관계자 모두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시티로 중견·중소기업 협업생태계 만들어 상생”
박 상무가 말하는 한컴 그룹의 키워드는 ‘공유’와 ‘협업 생태계’다. 그는 “중견그룹인 한컴은 중소기업과 함께 협업생태계를 만들어 상생하려 한다”며 “서울 아피아 컨소시엄도 그 일환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한컴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한국중소ICT기업해외진출협동조합(KOSMIC) 등과 함께 ‘서울 아피아 컨소시엄’을 발족해 의장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 연합체, 서울시와 함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를 통해 사업을 만들어 함께 진행하는 것이 향후 한컴 그룹의 사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의 현재 주력 사업은 ‘디지털 시민 시장실’이다. ‘디지털 시민 시장실’은 서울시 공공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시티 관제플랫폼이다. 현재 서울시에 구축, 운영 단계에 있으며 내년 3월 업그레이드 버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디지털 시민 시장실’은 서울시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 부서 간(G2G) 차원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터키 이스탄불 등의 도시에 수출할 예정이다.
■ “스마트시티 성공하려면 일원화된 체계, 과감한 예산 정책, 민간 투자 필요”
박 상무는 “우리나라는 도시 계획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이 도시계획법에 근거돼있기 때문에 스마트시티는 당연히 공공사업일 수밖에 없다”며 공공과 민간의 공조를 강조했다.
현재 규제 없이 시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인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뿐이다.
그는 “제도적인 부분을 빨리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 샌드박스·프리존을 만들어 시범 사업을 통해 적용해보고 확장해 1차, 2차, 3차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면서 힘든 점으로 스마트시티 추진 방안과 체계의 부재를 꼽았다. 누구나 다 스마트시티를 외치지만, 어떻게(How to) 풀어갈 지를 외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도 수익 모델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고 정부도 예산이 한정돼있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논의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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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화된 체계의 부재도 지적했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일원화된 체계가 없기 때문에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힘들다”며 “정부 중앙기관에서도 주도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진정한 스마트시티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예산 정책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 그리고 기업도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세 가지가) 모두 조화롭게 가야 스마트시티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