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메신저로 대화할 때면 때론 곤란한 일들이 생긴다.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는 뜨는데 답장이 오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이 든다. 진심을 담지 못한 짤막한 문장으로 대화하다 보면 오해를 낳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처음 나왔을 땐 모두들 신기해하며 작은 게시물 하나에도 적극적으로 댓글이나 ‘좋아요’를 눌렀지만, 일명 보여주기 식 삶의 역치가 높아진 요즘은 웬만한 게시물을 올려선 반응을 얻기도 힘들다.
지난 7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된 앱 ‘밤편지’는 친구나 불특정 다수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편지 콘셉트로 글을 보낼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인데, 진심을 전하지 못해 갈증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관통한 것이 특징이다.
앱을 써본 이들은 앱 마켓 후기란에 “저절로 고운 말이 써지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딱 이다”, “이 앱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삶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이들에게도 위로가 돼 고마운 앱이라는 평도 있다.
밤편지를 개발한 사바나보트의 표동열 대표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진지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는 트렌드 때문에 마음속에 담아두게 됐다. 이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며 “우리 팀은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표동열 대표를 5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만났다. 사바나보트는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초기 스타트업 교육 과정인 ‘시그니쳐 코스’를 1기로 수료했으며, 이후엔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운영하는 오즈 인큐베이션 센터에 입주했다. 사바나보트는 표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2명, 개발자 2명 총 4명으로 이뤄진 작은 팀이다.
■앱 개발 실패 딛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감동시키자"
사바나보트 팀은 밤편지 이전에 한 차례 소통과 관련한 앱을 개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팀명이 기원이 된 ‘사바나보트’ 앱은 양자택일이란 특별한 콘셉트를 가진 플랫폼이었다. 동물 그림의 익명 ID로 투표를 해 소소하게는 ‘오늘 무엇을 입을까’란 질문에도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에 표 대표는 "사바나보트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라 생각했는데, 이는 자신의 큰 착각이었다"고 회고했다.
표 대표는 실패를 딛고 계속해서 소통과 관련된 앱을 개발하고자 팀원과 몇 달간 기획을 준비했다. 이전에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 보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표 대표는 “이전엔 모든 사람을 고려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서비스가 돼 접었다”며 “여태까지 소통과 관련한 데 집중했던 것을 이어갔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생각하다보니 편지라는 아이템을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 단계에서 생각해보니 요즘 사람들은 소개팅 앱 아만다, 목소리 매칭 소개팅 앱을 쓰면서 사람들의 외면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태까지 진실된 내면을 보이는 서비스는 없는 것 같아 편지라는 형식을 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바나보트 팀은 앱을 출시하며 밤편지가 만남의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도 한다. 밤편지에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익명으로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낼 수도 있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밤편지를 이용하는 회원 중엔 만남을 목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표 대표의 설명이다.
표 대표는 “익명끼리 편지를 매칭하는 서비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만남을 위해 이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사용자 층의 90%는 여자였고 저희가 만남을 목적으로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소녀 감성 자극...익명 편지 보내기 수요 높아
아날로그 편지 감성이 인스턴트 메시지에 지쳐있는 소비자의 니즈을 확실히 충족시켰다. 밤편지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려면 우표를 붙여서 보내야 한다. 220원짜리 우표를 결제해 붙여 보내면 실제로 편지가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다음날 상대에게 편지가 도착하도록 했다.
우표를 직접 구매하는 것 대신 광고를 보면 우표를 받을 수 있는 방식도 택했다. 또한 익명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낼 때는 무료며, 해당 편지에 답장을 해주면 우표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친구보다는 익명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기능이 더욱 인기가 높았다. 누군가에게 보내기 기능은 전체 편지 전달 비중의 80%를 차지한다.
표 대표는 “익명과도 편지를 주고받길 원한다는 니즈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며 “7월 출시 후 거의 홍보하지 않았는데 현재 회원 수가 1만7천명으로 늘은 거 자체로 우리에겐 고무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지 내용이 공유하기 버튼이 있어 콘텐츠로 확산되는 것도 아니고 비밀스럽게 전해지는 시스템”이라면서 “그런데도 편지가 3만통이 왔다갔다 하고 감동적인 앱 리뷰들을 보니 많은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밤편지는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이 공모전을 진행해왔는데 올해 밤편지를 만나면서는 모바일 부문을 신설했다.
표 대표는 “우정사업본부 쪽에서 지난 7월에 먼저 연락이 왔는데, 여태까지 우리와 같은 서비스가 없었다며 파트너십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에 모바일 부문이 신설돼 밤편지 앱에 들어와 접수가 이뤄졌고 편지쓰기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가 좋은 편이어서 이후 우체국예금보험에서 주최하는 전국 초중고 글짓기 대회도 밤편지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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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대표는 현재 밤편지의 수익 모델이 우표 판매에 그치나, 앱이 더 번성했을 땐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도 탑재하고 싶다고 밝혔다.
표 대표는 “친구한테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주고 받는데, 만약 부모님에게 뮤지컬 티켓을 드릴 때와 같이 격식을 차려야 할 때라면 편지로 정중하게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만약 다운로드 수가 50~100만 건까지 가면 그때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