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 시장 규모나 수익 모델은 미약하지만 의료산업을 혁신하는 신성장 분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그 필두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질병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있다. 올해 국내 첫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재활이나 일상 속 건강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을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치료나 건강 증진을 돕는 것이 목표다.
규제 면에서 희소식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요소인 개인정보를 적절한 안전 조치 아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에 촉매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AI 진단 보조 솔루션 속속 등장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솔루션, 유지보수 서비스 중심으로 전망한 올해 글로벌 IT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천150억 달러(약 127조8천800억원)다. 의료기기와 의료영상 장비, 체외진단, 제약과 바이오 등까지 포함한 올해 전체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조8천538억 달러(약 2천60조4천987억원)로 추정된다.
이중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의 헬스케어 시장 비중은 19%에 그친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할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신규 벤처투자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잠재성은 큰 분야다.
특히 올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선 AI 헬스케어 기업과 솔루션 등장이 주목을 끌었다. 뷰노, 루닛, 뉴로핏, 제이엘케이인스펙션, 코어라인소프트, 클라리파이 등 스타트업들이 AI를 활용해 성조숙증이나 폐암, 폐질환, 유방암 등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뇌졸중이나 치매 환자에게 뇌 자극 치료를 할 때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 강도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 역시 지난달 말 북미영상의학회(RNSA) 2018에 참가해 자체 개발해 초음파기기와 이동형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 탑재한 AI 진단 보조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맞춤형 진단과 치료, 질병 예방 관리를 가능케 하는 AI 헬스케어 분야는 업계에서 가장 유망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AI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8억 달러(8천884억원)에서 연평균 42% 성장해 오는 2021년 66억 달러(약 7조3천2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헬스케어 기업들은 RSNA를 비롯해 해외 주요 의료 학회, 컨퍼런스, 박람회 등에서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으며 국내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의료기기 허가 승인을 추진 중이다. 이미 뷰노의 뷰노메드 본에이지(성조숙증과 저성장 진단 보조)를 시작으로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 for Chest Radiography Nodule Detection·폐암 결절 진단 보조), 제이엘케이인스펙션의 JBS-01K(뇌경색 진단 보조) 등이 올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라면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의료진 수는 일정 수준 유지되는데 맞춤형 진단 수요는 계속 늘어나므로 AI 헬스케어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고 말했다.
■ 재활치료부터 일상 건강관리 벨트까지
AI를 활용한 전문 의료영역 솔루션 외에도 VR로 재활치료를 돕는 기업, 위치인식 기술로 식습관 관리를 돕는 스마트벨트 기업, 헬스케어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중인 기업 등 다양한 시도들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지컬마인드와 그루크리에이티브랩은 국내 주요 VR 헬스케어기업이다. 서지컬마인드는 수술 시뮬레이션과 지체장애아동 재활 치료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루크리에이티브랩은 시각이나 상체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핸 전정재활 치료 솔루션을 개발 완료해 내년 식약처 의료기기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웰트는 착용자 과식과 걸음수, 앉아 있는 시간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벨트 ‘웰트’를 개발했다. 웰트로 착용자가 더 본인 건강상태를 잘 알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직토와 마이23헬스케어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 헬스케어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슈어리움과 알파콘을 각각 개발 중이다. 인슈어리움은 개인과 헬스케어 데이터 업체, 보험사가 참여해 실제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이 나오고 중앙 집중적인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다. 마이23헬스케어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과 병원, 연구소들도 플랫폼에 참여시켜 타깃 소비자군에 맞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밖에 휴레이포지티브, 라인웍스 등 기업들은 혈당측정기와 연동된 혈당측정 서비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환자 재입원 예측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여러 ICT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도가 늘어야 국내 시장도 풍성하게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타깃인 서비스, 제품은 소비자들이 지불할 만한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을 도입하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 가명정보 사용 가능한 개정안 나왔다
이같은 기업들 시도에 맞춰 정부도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가명정보’를 상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제 개선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 활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는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의 인재근 의원과 노웅래 의원, 김병욱 의원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위한 연구 개발에 가명정보를 적절한 안전조치 아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각각 내놨다.
해당 개정안들이 국회 통과되면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여러 감독기관으로 분산된 개인정보 보호 관련 권한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된다. 개인정보 보호법제가 여기저기로 분산, 중복되면서 과잉 규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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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데이터 활용 산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자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다른 정보와 결합한 정보라도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다면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야당에서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바라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활용 없이는 헬스케어 산업은 클 수 없다. 무차별적 활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데 있어 문제없는 정보를 분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