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아직 개척기에 머문 대표적 시장이다. 성공 기대감만큼 위험도 큰 이 시장에 스타트업들이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설립 4년차인 휴레이포지티브도 있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는 헬스케어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만났을 때 엄청난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봤다. 2년간 잘 다니던 네이버 멀티미디어 검색 서비스 팀장 자리에서 나온 이유다.
최근 기자와 만난 최 대표는 “25살 때부터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찾았다. 휴레이포지티브는 벌써 3번째 창업한 회사”라며 “의료 분야를 보니 좋은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고 싶어 네이버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은 더뎠다. 대표적 이유는 서비스 대상인 소비자와 서비스 지불자가 아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는 유료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기 보단 몸이 좋지 않을 때 직접 병원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휴레이포지티브도 같은 벽에 막혔다. 해결책을 고민하다 우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친숙하게 이용하다 점차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접목을 시도해봤다.
“사업 초기엔 게임을 접목한 서비스를 시도했고 업계에서 회자도 됐다. 하지만 ‘보상’이라는 외재적 동기가 핵심인 게임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작동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건강관리는 내재적 동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엉성하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갖다 붙이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지식 전달이나 행동 및 관심 유도, 마케팅 등에 게임 요소를 접목시키는 것을 뜻한다. 휴레이포지티브는 혈당 측정 서비스를 개발한 후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해 혈당을 자주 측정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최 대표는 “돈을 줄 때는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측정했지만 동시에 피로도도 높아졌다. 결국 이벤트가 끝나자 측정하지 않게 됐다”며 “헬스케어 영역에 게임을 적용하려면 재활치료처럼 행위 자체를 재밌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고객 건강 원하는 보험사와 ICT의 만남
이후 휴레이포지티브가 찾은 사업 모델은 보험사와의 협력이다. 보험사는 보험고객 건강에 관심이 높고 직접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고객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지불자가 된 것이다.
최 대표는 “보험사는 보험고객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며 “이점에 착안해 보험사가 원하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개발해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레이포지티브가 개발해 올 1월부터 삼성화재가 자사 보험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마이헬스노트’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험이 만나면 유용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뇨병을 보유한 삼성화재 건강보험 가입자는 혈당측정기와 연동된 마이헬스노트 애플리케이션(앱)를 이용해 본인 ▲혈당 그래프 ▲고혈당·저혈당 횟수 ▲식전 평균혈당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먹은 음식을 앱에 음성 입력시키면 칼로리 자동 계산도 되며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1대 1 상담 메시지도 받을 수 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앞으로도 보험사와의 협력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국내 대표 보험사 삼성화재와 함께 협력한 경험이 좋은 공부가 됐다. 보험 시스템을 배우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와 보험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알게 됐다”며 “몸집이 큰 만큼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경험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헬스노트 같은 보험사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이 시장에서 계속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모두가 성장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서비스가 나오고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고상한 접근 말고 대중이 원하는 것 찾기
마이헬스노트처럼 현재 국내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모델은 보험사, 병원 등이 1차 타깃이다. 그럼에도 휴레이포지티브는 소비자가 비용 지불 주체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아직 ICT업계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지 못했지만 방향이 잡히는 순간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다.
“현재 대다수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은 기업들 관점에서 잘 할 수 있는 것들,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소비자가 돈을 낼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시선을 돌리면 한해 건강식품과 건강검진에 들어가는 비용만 각각 5조원, 4조원 규모다. 사람들의 건강관리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반증이다. 이 욕구를 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기업이 집중해야 할 소비자 욕구로 건강관리 부담 낮추기와 기존 의료서비스의 공백을 꼽았다. 기술에 집중해 전문 의료 영역으로 넘어가거나 의료기기 성능 개선 등에 몰두한다면 소비자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사람들은 아침마다 비타민, 홍삼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잊는다. 건강해지고 싶으면서도 건강 활동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하고 싶은 것”이라며 “기능식품이 바로 이런 욕구를 해소해줬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바로 이런 지점을 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문의 또는 의료기기 등을 대체하거나 스마트하게 바꾸려는 식으로 고상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대중의 욕구를 풀어주는 방식을 연구해야 소비자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푸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국내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레이포지티브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가 국내 질병부담 1위인 당뇨병과 임산부에 눈을 돌렸다. 당뇨병은 국내 당뇨병 환자 중 70%가 1차로 동네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지만 효과적인 관리를 받지 못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동네 병원은 최대한 많은 환자를 받아 처방전을 내줘야 유지된다. 반면 환자는 음식, 운동 습관 등에 대한 자세한 맞춤형 상담이 필요한데 받을 수 없으니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 TV에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찾게 된다. 사실 사람마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올라가는 혈당치가 다른 만큼 당뇨병 환자에게는 개인 맞춤형 상담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딥러닝을 적용한 혈당치 예측모델을 고민 중이다.”
임산부는 임신 40주간 각 단계별로 맞춤형 관리를 원하지만 매번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임신기간 전 주기를 맞춤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최 대표는 “임신은 전 주기가 위기관리라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유산에 대한 두려움, 12주 후에는 기형아 우려, 24주 후에는 당뇨병 위험이 있다”며 “출산 후에도 수유와 체중 등 관리할 요소들이 많은데 병원을 자주 갈 수 없으니 커뮤니티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얻는 사례가 많다. 산후조리원은 서비스는 좋지만 가격이 비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도 수요가 끊이지 않는 산후조리원이나 시장 규모가 큰 임산부 영양제 등을 봤을 때 임신 주기 관리 서비스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휴레이포지티브는 보고 있다. 이같은 고민에서 앞서 2016년 출시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맘스센스’다.
혈당 측정 키트와 모바일 앱 패키지 형태로 개발된 맘스센스는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임산부가 혈당치를 쉽게 파악, 관리하도록 한다. 키트로 혈당을 측정하면 스마트폰에 혈당수치가 자동 전송된다. 측정 결과는 ▲종합분석 ▲혈당분석 ▲식사분석 등을 포함한 주간보고서로 정리된다.
최 대표는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3~4주 때 결판이 난다. 당사는 이 시기 전부터 간편하게 임산부 건강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임신기간 전 주기 관리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딥러닝을 적용한 혈당치 예측모델과 임신기간 전 주기 관리 서비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점으로 기존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 헬스케어, 다양한 인력 절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어서 열기 위해 이처럼 활발하게 파트너 협력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휴레이포지티브지만 항상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인력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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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업계는 인력풀 자체가 적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수가 100개가 안 된다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시도 자체가 적다. 좋은 인력들이 업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장 구조가 어서 만들어져야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업계에는 보험,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인력이 들어가면서 온갖 사업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디지털 헬스케어업계도 단순히 ICT업계 인력만이 아니라 의료 전문가, 건강식품 판매자 등 여러 분야 인력들이 들어와 시장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