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스타트업,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시장크기는 고통의 양 x 고통 받는 사람 수"

중기/벤처입력 :2018/11/02 17:54    수정: 2018/11/02 17:55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은 아티스트다. 잘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 비즈니스맨은 시장이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기술 스타트업 하려면? 셋 다 잘해야 한다. 아주 어려워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테크 밋츠 스타트업’ 컨퍼런스 중 ‘기술 투자자들의 이야기’란 주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퓨처플레이는 국내외 성공적인 사업과 투자회수(exit) 경험을 가진 창업가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초기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미래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현재까지 8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류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시장의 크기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시장의 크기는 고통의 양과도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고통의 단위는 길이나 무게도 아닌 바로 돈이다. 이 고통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지가 고통의 양이다”며 “시장의 크기는 이 고통의 양과 고통 받는 사람 수를 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 ‘뷰노(VUNO)’에 대해 소개하며 적절한 시장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지로 된 글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뷰노는 말 그대로 ‘간판을 인식해서 돈을 벌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기술을 선보인 2015년 당시 회사의 기술이 너무도 최첨단이어서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뷰노가 시장 탐색 시 고려한 것도 해당 분야에 얼마나 고통 받는 사람이 많고, 큰 고통을 받는지였다.

류 대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문제로 고통 받는 분야로 금융, 의료 이 두 가지로 귀결됐다”면서 “결국 공대 용어에 대해 잘 알아듣는 의사들과 말이 잘 통해 뷰노는 의료 분야에 진출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후 뷰노는 국내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업체가 됐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야 제대로 된 시장에 진출해 수백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린 스타트업도 소개됐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자신이 투자한 플라즈마 기술 연구 스타트업 ‘플라즈마트’에 대해 설명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초기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투자사다.

플라즈마는 고체나 액체, 기체인 물체에 열을 가해 변한 이온화된 가스로 살균 등에 사용된다.

플라즈마트는 처음 시장을 찾기 위해 먹음직스러운 색의 소시지를 만드는 염지 공정에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질산나트륨 대신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처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닌 기계 장비이므로 후속 매출 창출이 어려워 시장성이 낮았다.

플라즈마트는 플라즈마 기술을 봉지에 적용해 마트에서 파는 즉석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도 떠올렸다. 하지만 플라즈마 특성 상 살균 뿐 아니라 분자 분해 및 합성 작용까지 일으켜 음식 맛을 아예 변하게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내 후배가 하던 스타트업인데, 이 모델의 푸드테크로는 돈이 안될 거라 생각해 이때는 투자를 안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그 후배는 자기가 플라즈마를 전공했고 우연히 소시지나 마트 음식이 보였기 때문에 순전히 자신의 시각으로 문제를 파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후 플라즈마트는 과감히 플라즈마 기술을 하위 기술로 넣고, 대신 주력 기술로 과산화수소를 사용한 멸균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의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매몰된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하면 아전인수 격 접근이 돼버린다”며 “어떤 것이 문제가 아닌데 자기 혼자 그 문제를 풀면 좋을 거라 생각해, 상상 속 문제를 푸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