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삼총사, 협동로봇 기술경쟁 박차

현대중공업-한화-두산, 세계 속 국내 기술 인지도 높여

디지털경제입력 :2018/10/23 07:19

현대중공업지주가 최근 자체 개발한 협동로봇을 공개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와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대기업들의 관련 시장 진출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됐다.

이들 회사는 자사 특성을 고려한 협동로봇 사업을 펼치거나 준비 중이다.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지주는 협동로봇까지 포함된 다양한 로봇 라인업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계열사 공작기계와 연동한 솔루션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두산로보틱스는 금융사와 협력해 협동로봇 대출 상품까지 만들었다.

업계는 해외 업체가 주도하는 협동로봇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자체 개발한 협동로봇 프로토타입. 둘 다 같은 모델이며 색상만 다르다.(사진=지디넷코리아)

23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10일 '2018 로보월드'에서 자체 개발한 첫 협동로봇 프로토타입(YL012)을 공개했다.

가반중량은 12킬로그램(kg), 최대 작업변경은 1천350밀리미터(mm)다. 소형로봇으로는 가반중량이 상당히 나가는 만큼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제조 현장이 타깃이다. 상용화 시기는 내년 하반기를 보고 있다. 다른 가반중량 협동로봇은 내부적으로 연구 중이며 시장 반응에 따라 더 무거운 15kg이나 가벼운 7kg 등으로 정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등 다른 대기업 그룹사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 대표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으로서 고객사가 원하는 대·중·소형 로봇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지주는 협동로봇을 공개하는 날 가반중량 7kg의 첫 소형로봇(HH7)도 함께 선보였다.

소규모 제조 현장을 제외하면 대다수 사업장은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윤중근 현대중공업지주 로봇부문 대표는 “제조 현장을 보면 대형이나 소형로봇 한 종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정별로 다양한 로봇이 필요하다”며 “사업장에서 로봇별로 다른 기업에서 구매해 시스템을 통합하려면 번거로워진다. 여러 로봇을 공급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유리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같은 장점을 확대해 한 공정 자체를 자동화시키는 시스템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형로봇 라인업을 확대하고 협동로봇이나 소형로봇 등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정밀기계의 협동로봇 HCR-5가 시연 중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한화정밀기계 역시 자사 협동로봇 HCR 시리즈를 그룹의 공작기계에 적용해 고객사에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2일 한화정밀기계가 사업과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한화의 기계부문 공작기계사업을 양수하기로 하면서 협동로봇과 공작기계 결합 시너지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미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공업박람회 ‘CIIF 2018’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글로벌 공작기계 전시회 ‘IMTS 2018’에서 새로운 CNC 자동선반 제품 시리지들을 선보이면서 협동로봇과의 협업 시연도 소개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자사 협동로봇이 타사 제품보다 높은 청정도 기준을 만족한다는 점에서 무균시설을 운영하는 반도체, 의약품 생산업체도 중요 공략 대상으로 보고 있다. HCR 시리즈는 업계 최고 수준인 ISO 클린룸(clean room) 클래스2 인증을 획득해 반도체 생산시설에도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ISO 클린룸 클래스는 1부터 9단계까지 있으며 1단계에 가까울수록 청정도가 높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M시리즈 제품들이 공정 작업을 시연 중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두산로보틱스는 우선 국내 협동로봇 시장 1위를 목표로 협동로봇을 선보일 수 있는 국내 전시회마다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 로보월드'에선 신한은행과 공동 개발한 협동로봇 구매자 전용 대출상품도 선보였다.

또 협동로봇의 주요 수요층인 국내 중소 제조사들이 제품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관련 금융상품을 만들어 고객사를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프로토타입만 공개된 현대중공업지주, 시리즈 제품 3가지 중 HCR-5 하나만 상용화된 한화정밀기계와 비교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말부터 협동로봇 모델 4종 모두 생산에 들어갔다. 올해부터 시장에 본격 공급돼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녹록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제조사들의 제품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대출상품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며 “2018 로보월드 개최기간 동안 부스에서 제품 구매와 함께 대출 상담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3사의 이같은 경쟁을 두고 국내 로봇업계는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유니버설로봇과 에이비비(ABB), 리씽크 로보틱스 제품이 세계 협동로봇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한국기업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기업의 협동로봇 해외 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따른다.

국내에는 뉴로메카와 푸른기술, 민트로봇, 에스비비테크 등 자체 기술력으로 협동로봇을 만든 중소기업들이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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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협동로봇 수요가 높은 국내 시장을 토종기업들이 주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국내시장에는 유니버설로봇과 에비비는 물론 협동로봇을 보유한 글로벌 산업용 로봇기업 화낙, 쿠카 등도 진출해 있다.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을 포함해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국내 기업 존재감은 아직 낮은 편”이라며 “한화정밀기계와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현대중공업지주까지 협동로봇을 내놓으면서 한국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게 됐다. 국내 업계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