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3강 업체의 프리미엄 신제품이 모두 공개되면서 연말까지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각축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내년에 이뤄질 폴더블, 5G 등 혁신 기술을 가미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대화면, 카메라 스펙 상향을 통한 막바지 경쟁이 이뤄지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습이다.
3분기 애플과 화웨이의 순위권 다툼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가 지난 2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애플을 넘어서며 2위에 올라섰다. 3분기에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애플이 다시 2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서는 화웨이가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 8월에 가장 먼저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에 이어 애플이 9월에 선보인 아이폰XS·XS맥스와 아이폰XR이 세계에 순차 출시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화면과 스펙에 따라 4종으로 구성된 메이트20 신제품 라인업을 발표했다.
가장 파격적인 스펙과 가격을 내세운 업체는 화웨이다. 화웨이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메이트20 신제품을 통해 6인치 초중반대에서 이뤄지던 대화면 경쟁을 7인치대로 끌어올렸다. 메이트20 라인업 중 메이트20과 메이트20프로는 각각 6.53인치와 6.39인치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새로 등장한 메이트20 X는 화면 크기가 무려 7.2인치에 이른다.
갤럭시노트9은 6.4인치 수준으로 공개 당시에는 가장 큰 화면 축에 속했지만, 이어 애플이 6.5인치 아이폰XS맥스를 선보였다. 그러자 다음 달에는 화웨이가 보란 듯이 7인치대 화면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았다. 스마트폰 화면이 점차 커지면서 ‘패블릿(태블릿+스마트폰)’이라는 수식어도 붙었지만 7인치대 제품은 소형 태블릿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카메라의 경우 갤럭시노트9과 아이폰XS 시리즈가 후면에 1천200만 화소의 망원과 광각 렌즈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화웨이는 메이트20 시리즈 4종에는 모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이중 메이트20프로는 후면에 4천만, 2천만, 800만 화소 트리플 렌즈를 탑재했다. 촬영 성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영향도 받지만, 화웨이는 공격적으로 화소수를 높여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동영상 시청, 게임, 촬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장시간 사용하는 소비패턴이 강해지면서 메모리와 배터리 성능도 주요 경쟁 포인트로 떠올랐다. 메모리의 경우 갤럭시노트9과 아이폰XS?XS맥스는 모두 최대 512기가바이트(GB) 용량 메모리를 기본 지원한다. 화웨이는 메이트20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 메이트20RS에만 512GB 메모리를 적용했으며 나머지 모델은 기본 128GB를 지원한다.
배터리 성능은 수치상으로 화웨이가 가장 높다. 화웨이 메이트20 X는 5천밀리암페어시(mAh) 용량 배터리를 지원하며, 외 모델은 4천200mAh를 지원한다. 갤럭시노트9은 삼성 스마트폰의 역대 최대인 4천mAh 용량을 지원하지만, 화웨이보다 소폭 낮다. 아이폰XS맥스와 아이폰XS는 각각 3천174mAh, 2천658mAh다.
신제품들의 가격도 기본 100만원을 넘어 200만원을 호가한다. 높은 스펙만큼이나 최고가로 눈길을 끌었던 제품은 화웨이의 메이트20RS다.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된 메이트20RS는 최대 8GB+512GB 메모리와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을 지원, 최고 2천95유로(약 273만4천원)으로 책정됐다. 메이트20RS 모델은 포르쉐와 협업한 모델로 상반기에 P20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메이트RS는 메모리 용량이 소폭 낮았지만 동일한 가격으로 출시된 바 있다.
메이트20RS에 이어 가장 비싼 모델은 아이폰XS맥스다.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는 64256512GB 버전으로 출시, 각각 ▲999달러(약 113만원)와 ▲1천99달러(약 124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이중 아이폰XS맥스 512GB모델은 ▲1천449달러(약 164만원)로 국내에선 200만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9는 이들 제품과 비교하면 가장 가격대가 낮다. 갤럭시노트9 128GB 모델은 전작 갤럭시노트8의 64GB 모델과 동일한 109만4천500원으로 책정됐으며 512GB는 135만3천원이다.
고스펙과 색상, 디자인 차별화를 통한 화웨이의 추격에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쉬리에 따르면 지난 9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다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화웨이가 분기 기준으로는 3분기까지 연속 2분기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화웨이가 북미 시장에서는 활약하지 못하고 있지만, 영국과 최대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라는 평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도 글로벌 시장 왕좌를 지켰지만 셀인(제조사가 유통망에 공급하는 물량) 기준 점유율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8% 감소했다. 반면 화웨이는 41%, 애플은 1% 늘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사업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족족 전작과 비교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낮은 수준인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방침으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프리미엄 라인업인 갤럭시S노트에 앞서 중가 라인업인 갤럭시A에 세계 최초로 후면에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전략폰인 갤럭시노트9도 가격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한 데다 중저가 모델도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스펙 상향에도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다보니 이전만큼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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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애플이 3분기 신제품 출시 효과로 2위를 탈환하더라도 이제까지의 점유율 증감 추이를 봤을 때 시간이 지나 향후에는 화웨이가 2위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는 화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회사의 강점인) 전자가전 제품의 연동을 고려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애플과 화웨이는 연간 기준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유지하겠지만, 화웨이가 아시아, 동유럽, 남아메리카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서유럽에서도 공격적으로 격차를 좁히면서 향후 화웨이가 애플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