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아리아~? 아리아...."
SK텔레콤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x누구'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라면 한 번 쯤은 겪어보셨을 상황입니다. 음성명령이 가능해 운전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종종 호출어를 말해도 앱이 묵묵부답인 경우가 있죠.
실내에서는 비교적 호출어에 성실하게 답하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누구'가, 차량에서 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까닭은 운전 중 발생하는 소음 때문입니다.
이런 이용자 불편을 인지한 SK텔레콤은 지난 7월 누구 버튼을 출시했습니다. 블루투스로 휴대폰과 연결된 버튼을 운전대에 부착하고, 필요할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호출어 없이 앱에 명령어를 넣을 수 있습니다. "아리아"라는 호출어를 말하기가 낯간지러운 이용자들에게 무척이나 편리한 기능이죠.
문제는 가격입니다. 누구 버튼의 가격은 4만4천900원입니다. 호출어 생략 기능 외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것 치고는 다소 '불편한' 가격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누구 버튼이 사실상 T맵x누구 이용자들에 대한 호출 편의성 만을 제공하는 기기라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어려웠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애정을 갖고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호갱'이 됐다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누구 버튼이 언제까지 필요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카카오도 17일 자사 내비게이션 앱에 음성인식 플랫폼을 붙였습니다. 서비스 경쟁 과정에서 기술이 고도화되면 T맵x누구도 운전 중 호출어에 제대로 반응할 날이 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돈 주고 산 누구 버튼은 쓸모가 없어지겠죠. 물론, 아마존도 누구 버튼과 유사한 제품을 올 연말에 34.9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긴 합니다.
소비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통신사 전자기기는 또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야심차게 발표한 'U+AI리모콘'입니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가전제품을 IoT 가전처럼 음성이나 앱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제품입니다.
마치 이 리모콘을 사면 실내 어디서든 허공에 외치면 원하는 대로 모든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설명입니다.
가능하지만, 제약이 따릅니다.
우선 이 제품의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실내에 비치한 AI스피커와 리모콘을 와이파이로 연동하고, 이용자가 음성명령을 내리면 AI스피커가 이 내용을 인식하고, 리모컨에 전달합니다. 이에 맞게 리모콘이 적외선을 쏘아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식이죠.
리모콘에서 쏘는 적외선은 벽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즉, 방마다 리모콘을 비치해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요금이 월 1천1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긴 하지만, 음성·원격 제어를 위해 리모콘을 방 개수만큼 쓰라니, 소비자로서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LG유플러스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 유의사항에도 실행시킬 가전 제품과 10m 이내에 AI리모콘을 둬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그만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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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제품으로 얻는 수익이 일부 소비자의 실망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