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특허 분쟁 중인 퀄컴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원했던 판매금지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ITC의 토머스 펜더 판사는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애플이 퀄컴 특허 한 건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날 펜더 판사는 인텔 칩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이 퀄컴의 490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490특허는 시스템 지속 시간을 감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력 소모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 퀄컴, 6개 특허권 88개 항목 중 한 개만 인정받아
펜더 판사의 이날 결정은 최종 판결은 아니다. ITC에서는 1인 재판부의 판결을 예비결정(final initial determination)이라고 부른다. 이 판결은 ITC 판사 전원이 참여하는 최종 판결을 거쳐야만 최종 확정된다.
ITC는 내년 1월 경 펜더 판사의 판결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이 나온 직후 국내 언론들은 애플이 퀄컴에 판정승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번 소송에선 어느 한쪽이 이겼다고 보기 힘들다.
퀄컴은 지난 2017년 애플을 ITC에 제소하면서 총 6개 특허권 88개 항목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판결에선 490 특허권 한 개 항목에 대해서만 특허 침해를 인정받았다.
더 중요한 부분은 판매금지 관련 부분이다. ITC는 이날 애플의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공익에 반할 우려가 있다”면서 퀄컴의 판매금지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 역시도 완벽한 면죄부를 받는 덴 실패했다. 최소화하긴 했지만 어쨌든 특허 침해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퀄컴 입장에선 판매금지 요청이 기각된 부분이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ITC에 제소한 궁극적인 이유는 특허 침해한 애플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TC는 왜 퀄컴의 판매금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ITC는 예비 결정문에는 ‘공익(public interest)’에 반한다는 이유만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포스페이턴츠는 “퀄컴이 인텔 칩이 탑재된 아이폰만 판매금지 요청한 부분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주경쟁자 타깃…설득력 잃어"
실제로 퀄컴은 지난 해 ITC에 인텔 모뎀이 탑재된 아이폰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AT&T와 T모바일 망을 통해 서비스되는 아이폰X, 8과 8플러스, 7과 7플러스 등이 판매금지 요청 대상이었다.
반면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망을 사용하는 아이폰은 판매 금지 요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제품들은 퀄컴 모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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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페이턴츠는 칩셋 분야 주 경쟁자만을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시킴에 따라 퀄컴이 반독점 행위를 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퀄컴이 필수표준특허(SEP) 라이선스와 관련해 경쟁법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주 경쟁자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시도를 한 부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