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D프린팅 소프트웨어(SW) 업계 1위 기업인 머티리얼라이즈의 수장이 한국 울산광역시를 찾았다. 국내 자동차와 정유, 화학 공장이 밀집한 울산에서 3D프린팅 기술 접목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3D프린팅 가치를 알리기 위해 울산시 지방자체단체와 협력해 기술 접목 사례를 소개하는 ‘더 머티리얼라이즈 익스피리언스(The Materialise Experience)’ 컨퍼런스도 열었다.
윌프리드 반크라엔(Wilfried Vancraen) 머티리얼라이즈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울산은 한국의 큰 공장들이 많이 모여 있으며 제조업이 활발한 곳”이라며 “3D프린팅도 많이 활용될 수 있어 당사로선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울산시는 제조업 불황을 떨쳐내기 위해 3D프린팅을 차세대 동력 산업 중 하나로 꼽고 활성화에 나섰다. 시장 발굴을 원하는 머티리얼라이즈는 울산시와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7월부터 울산 소재 기업을 물색 후 최종 선정된 현대라이프보트(HLB), 롯데BP화학과 협력해 3D프린팅 적용 사례를 만들었다.
해당 사례는 단순히 기술 개발로 끝나지 않고 HLB 구명보트의 안전성은 높이면서 제조비용과 무게는 줄이는 성과를 냈다. 롯데BP화학도 공장 주요 부품인 티타늄 임펠러(titanium impeller)의 수명은 늘리면서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반크라엔 대표는 “머티리얼라이즈는 단순히 기술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일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한다. 당사 미션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은 미션을 울산시에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로 3D프린팅을 주목하고 있지만 도입이 느린 점에 대해 머티리얼라이즈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3D프린팅이 신기술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기존 산업에 적합하게 적용되면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크라엔 대표는 “한국 외의 많은 나라들이 3D프린팅 기술 개발과 기존 산업에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자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전통산업에 종사해 온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의 사고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전환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컴퓨터, 인터넷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자 세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그러나 (현재 2030세대가 낳은) 아이들이 컸을 땐 3D프린팅이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크라엔 대표는 신기술에 강한 한국이라면 사고 전환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기전자 기업과 제조사들이 많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인프라 구축돼 있는 등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사고도 열려있다”며 “한국 산업계와 정부의 사고 전환이 일어난다면 다른 나라보다 신속한 속도로 3D프린팅 기술이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티리얼라이즈는 한국의 이같은 변화를 기대하고 우선 울산시에서부터 사업 기회를 재빨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설명이다. 접근 전략은 협력사를 발굴해 함께 3D프린팅 접목 부문을 찾고 완제품까지 제작하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공동창작)이다.
■ 글로벌 기업 바스프와 소재 개발
머티리얼라이즈는 지난 7월 세계적인 화학기업 바스프(BASF)로부터 받은 280억원 규모 투자를 계기로 완제품 제조 서비스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티리얼라이즈는 3D프린팅 SW 외에도 시제품과 완제품 출력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반크라엔 대표는 “그간 3D프린팅 기술 접목은 제조 공장 부품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선박에 들어가는 완제품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프린팅에 쓰이는 소재 적합성이 매우 중요한 데 바스트와 소재 개발 부문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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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크라엔 대표는 3D프린팅의 기대효과로 제조산업의 선진화 외에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짚었다. 그는 “3D프린팅으로 생산 공정이 변하면서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매장에서 소비자별 맞춤형 디자인 주문을 처리, 도와주는 사람들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온라인 주문이 강화돼도 실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매장은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많은 시간, 인적 자원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