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금융투자업권이 모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공동인증서비스를 각각 내놓은 가운데, 은행권과 다르게 금융투자업권에 속한 회사들의 호응이 저조하다.
은행업권의 경우 국내 18개 은행 중 15개 은행이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권에서는 26개의 회사 중 8개사만이 시범서비스 사업자로 참여 중이다. 당초 시범사업자로는 11개사가 거론됐었으나 3개사가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말 세계 최초 도입이라는 금융투자업권의 홍보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금융투자업권의 고객들은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서비스를 체감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29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권에서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서비스 '체인아이디(Chain ID)'를 은행업권에 비해 더 빠르게 내놨으나 회원사 참여가 낮은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나 삼성증권 등 대형사도 빠져 있어 고객이 당장 편의성을 느끼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은행업권에서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카카오뱅크 등 3곳의 은행만 뱅크사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씨티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미 다른 방식의 사설인증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필요 시 뱅크사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내부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체인아이디는 뱅크사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공개키(PKI) 기반 기술로 만들어진 공동인증서비스다. 두 업권의 인증서비스의 기술 골격은 비슷하다. 금융결제원만이 인증서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 유효성 검사를 해주는 공인인증서 방식이 아닌 각 금융사별로 인증서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한 금융사에서만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으면, 블록으로 연결된 다른 금융사에서도 간단한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기반 기술 구조가 비슷한데도 불구, 업권 간 속도 차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선 증권사와 은행의 시스템 차이라고 진단했다. 개별 증권사의 시스템의 격차가 지나치게 큰 데다,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도 더러 있어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동인증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각 금융사들이 인증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노드 서버'를 만들고, 기존에 갖고 있던 인증CA시스템에 붙여야 한다.
한 관계자는 "대형 은행의 경우에는 시스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지만, 증권사는 규모에 따라 시스템이 천차만별로 구축돼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한 서버 설치가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투자협회 쪽에서는 증권사 고객이 PC를 기반으로 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PC버전 공동인증서비스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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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경영혁신본부 디지털혁신팀 관계자는 "PC와 모바일 버전 공동인증서를 쓰길 원하는 증권사가 많다. PC버전을 제공해야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증권사도 있다"면서 "PC버전 공동인증서비스가 나오면 참여 현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노드는 할당한 상태"라면서 "노드 서버 구축은 아직 되지 않았을뿐이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이를 위해 오는 10월 개별사에 가이드라인을 보내고 올해 안으로 PC버전 공동인증서비스 개발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본인인증 기술인 '삼성패스'와 체인아이디를 연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