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통신 네트워크와 관련된 인프라 설비의 구축부터 점검 테스트를 모두 포괄하는 글로벌 넘버 원 분야의 계측기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권대환 이노인스트루먼트 대표는 23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젊은' 기업이다. 2007년 설립해 지난해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이노인스트루먼트가 걸어온 길은 가볍지만은 않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과거 일본 기업들이 상위권을 독식하던 계측장비시장에 파고들었다. 끊임없이 달린 결과 현재는 시장 내에서 선두 그룹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노인스트루먼트의 매출 비중은 수출이 98%, 내수가 2%다. 90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두고 있으며 해외 법인지사 8개, 사무소 10개에 대리점은 382개다.
권대환 대표는 "독일, 미국, 일본 등에 법인이 있지만 추가로 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에도 법인을 설립 중"이라고 말했다.
■ 주력 제품 광케이블 융착접속기·OTDR
이노인스트루먼트의 주력 제품은 광케이블 융착접속기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장비는 광케이블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통신에 쓰이는 구리선의 경우 꼬아서 연결하면 되지만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광케이블은 연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광케이블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끝부분을 녹인 다음 서로 붙여야 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융착접속기다. 광케이블 융착접속기는 이노인스트루먼트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다. 일종의 '캐시카우'인 셈이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이렇게 해서 연결시킨 광케이블의 데이터 손실 정도를 측정하는 장비인 OTDR도 판매하고 있다. 주력 사업이 B2B로 이루어지는 만큼 대중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니치 마켓을 목표로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권대환 대표는 "이노인스트루먼트가 만드는 접속기나 OTDR이 초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접속기만 놓고 보면 세계 시장 규모는 5천억원에서 6천억원 정도로 판단된다"며 "이노인스트루먼트는 그 중 10~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R&D와 자체생산 통한 원가절감이 핵심 경쟁력
이노인스트루먼트의 핵심 경쟁력 첫 번째는 아낌없는 연구개발(R&D) 투자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2016년까지만 해도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들어 중국에서 4G 투자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680억원으로 꺾였다. 그럼에도 매년 R&D 투자금액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R&D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700명이 넘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R&D 인력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두 번째는 자체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다. 권대환 대표는 "R&D를 거듭하며 수도 없이 신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데 외주를 줘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독보적 제품과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도 이노인스트루먼트의 강점이다. 권대환 대표는 "현재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50% 이상 되는데 다음으로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남미 시장에서도 거점 지역을 육성해서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네트워크 장비 기업의 70% 이상이 해외진출 경험이 전무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경쟁사 지역을 철저히 분석해서 니치 마켓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5G 준비 위해 멀티스캐너·네트워크 애널라이저 개발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지난달 멀티스캐너를 출시했다. 멀티스캐너는 안테나 제조 과정에서 안테나 셀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계측장비다. LTE 안테나 셀은 2×2로 총 4개다. 그러나 5G의 경우 안테나가 64×64로 4096개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장비로 안테나 4개까지는 한번에 테스트가 가능하지만 4096개를 동시에 테스트하는 장비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김완섭 이노인스트루먼트 부장은 "제조사가 안테나 16개나 32개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를 요청하기 때문에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이렇게 제조사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계측기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또 다른 장비인 스펙트럼 애널라이저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펙트럼 애널라이저는 기지국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이나 주파수들이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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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스캐너가 제조 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제대로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장비라면 스펙트럼 애널라이저는 제조가 끝나고 설치가 완료됐을 때 기지국에서 정확한 주파수가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장비인 셈이다.
김완섭 부장은 "현재 타사에서 쓰고 있는 스펙트럼 애널라이저는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 하는 고가인 데 비해 원래 성능의 10%도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노인스트루먼트의 경우 용도에 맞는 부분만 개발하고 필요없는 기능을 줄여서 장비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