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兆 투자 결정 내린 이재용이 가는 길

[데스크칼럼] 석방 후 삼성 대내외 변화 커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08 16:42    수정: 2018/08/09 17:21

삼성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태로 최근 수년간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오너家 사상 첫 구속이라는 사태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논란, 계열사 노조와해 수사까지. 금산 복합자본으로 얽힌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년 만에 풀려났다. 그는 구치소를 나서면서 "지난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그리고 부친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직행했다. 석방 이틀 만에 임원진들의 업무보고를 들었고, 삼성그룹 창립 80주년 기념일인 3월 22일 첫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6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재부)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을 돌아봤다. 그 다음 출장길엔 중국으로 건너가 '대륙의 좁쌀' 샤오미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5개국에 글로벌 AI 연구센터 설립했다.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도 발족시켰다.

뿐만 아니다.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를 잇따라 영입하는 등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1천 명의 인재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대외적인 변화도 있었다. 1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반도체 직업병 논란과 관련 조정위원회의 무조건적인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십 수년의 세월을 눈물로 보낸 반올림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 8천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도 했다.

자기 목소리도 내고 있다.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만남 직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1등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화룡점정은 8일 오후 삼성이 내놓은 180조 투자와 4만명 신규 채용을 골자로 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이다.

삼성은 혁신성장을 돕기 위해 AI·5G·바이오·전장부품(반도체)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만 약 25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 투자만 130조원에 달한다. 또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마트팩토리 2천500개를 지원하고 삼성의 혁신 역량과 노하우를 개방해 공유하기로 했다.

우수 협력사 인센티브는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고 규모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린다. 최저임금 인상 정착을 위해 인건비 인상 분을 납품단가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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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지난 1년간 자신을 돌아보면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석방 이후 그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찾은 듯 하다. 기업의 본분이 무엇이며, 글로벌 1등 삼성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또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는 길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 부회장의 생각과 행동은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대한민국의 혁신성장과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AI·5G·바이오 등 미래 가치 창출에 대한 이 부회장의 고민과 이번 선택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 개편에 좋은 약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