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50%로 동결

대외 불확실성·고용한파 따른 신중한 행보

금융입력 :2018/07/12 10:55    수정: 2018/07/12 10:56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1.50%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연 1.25%의 기준금리를 0.25%p 올린 뒤, 8개월 째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변동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1원 오른 1127.1원으로 시작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가운데)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외 불확실성 외에도 국내 경기도 좀체 살아나고 있지 못하다.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물가 상승압력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5%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0%를 하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5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는 1.3%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4월 1.6%로 높아졌다. 5월에는 1.5% 증가했다. 농산품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1.3%, 4월 1.5%, 5월 1.3%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고용쇼크도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한 요소다. 6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2천명에 그쳤다.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물렀다.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렸다 자칫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고용 상황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앞으로 국내 경제 성장 흐름 역시 지난 4월 전망치에 비해 소폭 하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월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성장전망치를 3%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현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도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리를 0.25%p 올리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기준금리 점도표는 기존 1.50~1.75%에서 1.75~2.00%다. 국내 기준금리와 25bp~50bp가량 높아 내외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도 방관할 수 없어서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은이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였다.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 투자의 조정이 지속되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경로를 소폭 하회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이 큰 폭 상승하였으나 농축산물가격의 상승세 둔화 등으로 1%대 중반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반으로 하락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하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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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원/달러 환율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큰 폭 상승하였다. 주가와 장기시장금리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상당폭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으나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다.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