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 인텔 프로세서 수급 차질 우려에 국내 PC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인텔 프로세서 제조에 쓰이는 300mm 웨이퍼의 물량 부족으로 인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만큼 코어 프로세서와 펜티엄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대란설'의 요지다(▶ 관련기사 : 인텔CPU 대란 오나 "웨이퍼 없어 못만든다").
실제로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사는 올 3분기 이후 인텔 프로세서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PC 제조사들은 올 연말 이후 판매할 PC 출하에 차질을 막기 위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 분석 전문가들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인텔 프로세서 공급량이 줄어도 업계에는 치명적이지 않으며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상승 폭 역시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 유통사·PC 업체 "4분기 이후 예의주시"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사인 인텍앤컴퍼니, 코잇, PC디렉트 등 3사 관계자들은 "현재는 주문한 물량을 받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수급 상황에 따라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2·3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인텔 역시 생산량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이 시기 제품 수급에 다소 차질이 있었던 데다 최근 국내외 대형 PC업체나 중국 SI 업체가 수급 불균형 우려에 프로세서를 미리 대량 주문하는 상황"이라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공공기관 등 조달 시장의 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대우루컴즈, 에이텍 등 중견 업체들도 인텔 프로세서 공급 차질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달 계약시 지정된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AMD 라이젠 등 다른 프로세서를 탑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 중견 제조사는 "올해 납품해야 하는 물량은 대비를 마쳤으며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올 4분기 이후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공공기관 조달 입찰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가격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
8월 이후 인텔 프로세서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조립 PC용으로 공급되는 프로세서 단품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격 상승이 인텔이나 AMD 프로세서의 점유율 변화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부터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6만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가격 상승폭은 올 초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다나와리서치는 "소비자들이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동기는 가격이 아니며 극적인 가격상승이 없는 한 점유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과거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그래픽카드와 달리 일부 업체가 물량 조절을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려면 특정 쇼핑몰이나 조립PC 업체가 사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PC 프로세서는 고가 제품인데다 현금 결제를 통해 유통된다.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사 관계자들은 이를 이유로 들어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인텔 프로세서를 매점매석할 수 없는데다 실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 "인텔 대란 일어나도 AMD에 반사이익 없다"
반면 일부 시장 분석 전문가는 인텔 프로세서 수급 대란설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란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300mm 웨이퍼와 인텔 현행 14nm(나노미터) 프로세서의 연관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인텔 주력 제품인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300mm 웨이퍼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300mm 웨이퍼는 오히려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10nm 프로세서와 더 큰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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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텔 프로세서 수급 대란은 현실화되기 힘들며 일부 제품에 품귀 현상이 생기더라도 소폭 가격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 전문가는 '대란'이 현실화 될 경우 AMD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일부의 예상과 관련 "AMD는 대규모 기업 단위 납품이나 키오스크 등 상업용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 않고 기반도 확실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