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경제매체 쿼츠, 왜 매각됐나

모기업의 분리 전략…유자베이스와 시너지도 많아

인터넷입력 :2018/07/06 15:24    수정: 2018/07/06 15: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명품 경제 사이트 쿼츠가 팔렸다. 쿼츠를 인수한 곳은 유자베이스(Uzabase)란 일본 회사다. 인수 가격은 7천500만 달러에서 1억1천만 달러 내외다. 쿼츠의 올해 매출에 따라 인수가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쿼츠는 2012년 출범 이후 혁신 저널리즘의 대표주자로 손꼽혔다. 국내에서도 많은 언론들이 쿼츠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만큼 쿼츠가 국내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 회사에 팔렸다는 소식은 깜짝 놀랄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아 보였던 쿼츠는 왜 회사 매각이란 선택을 한 걸까?

쿼츠의 모회사인 애틀랜틱 미디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애틀랜틱 미디어)

애틀랜틱 미디어가 소유하고 있는 쿼츠는 2012년 출범 이후 3년 동안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16년 처음으로 1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생 구조를 어느 정도 확립했다.

월 방문자 2천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독자 기반도 탄탄한 편이다. 수 년 전부터 선보인 브랜드 콘텐츠 전략도 나름 결실을 맺고 있다.

차트와 그래프, 인덱스를 비롯한 여러 혁신 사례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800자 법칙’을 기반으로 ‘짧지만 임팩트 강한 기사’와 ‘길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이는 기사’로 양분화된 콘텐츠 전략 역시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 유자베이스 미국 서비스 모색 과정서 쿼츠와 의기 투합

이처럼 쿼츠는 ‘혁신’과 실적 두 가지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보기 드문 뉴스 사이트다. 일본 기업에 매각됐단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쿼츠는 왜 일본 기업 품에 안긴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모기업인 애틀랜틱 미디어에서 찾을 수 있다. 애틀랜틱 미디어는 지난 해 7월 간판 잡지 브랜드인 디애틀랜틱(The Atlantic)을 에머슨 콜렉티브에 넘겼다. 에머슨 콜렉티브는 스티브 잡스 미망인인 로렌스 파월 잡스가 이끄는 비영리 기관이다.

애틀랜틱 미디어가 간판 매체인 디애틀랜틱을 매각한 건 깜짝 놀랄 행보는 아니다. 창업주인 데이비드 브랜들리 회장이 5년 내에 미디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공연하게 천명해 왔기 때문이다.

쿼츠를 인수한 일본 유자베이스는 투자은행가 출신들이 설립한 정보 전문 기업이다. (사진=유자베이스)

쿼츠 매각도 마찬가지다. 광고 전문매체 애드에이지에 따르면 데이비드 브래들리 애틀랜틱 미디어 회장은 디애틀랜틱을 매각하던 무렵부터 쿼츠를 좀 더 키울 수 있는 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 업체 유자베이스가 쿼츠에 먼저 손길을 뻗었다. 유자베이스는 뉴스픽스(NewsPicks)와 스피다(SPEEDA) 두 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픽스는 가입자 기반의 비즈니스 뉴스 플랫폼이다. 반면 스피다는 금융 정보 및 기업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유자베이스는 1년 전 다우존스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미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쿼츠 창업 멤버들 중엔 다우존스 계열사인 월스트리트저널 출신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됐다.

어정쩡한 기사를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쿼츠 곡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유자베이스가 쿼츠를 인수하는 쪽으로 협상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두 회사 당사자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마이클 피네간 애틀랜틱 미디어 사장은 니먼랩과 인터뷰에서 “관심을 보인지 한 달 여 만에 성사됐다”고 밝혔다. 또 이 회사 에밀리 렌즈너 수석 부사장 역시 애드에이지와 인터뷰에서 “쿼츠 매각은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성사 시기는 놀라울 정도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매각 대상이 확정됐단 의미다.

■ 가입 기반 유료모델 + 광고 비즈니스 결합 시너지 기대

두 회사 강점을 따져보면 왜 그토록 쉽게 합병에 합의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뉴스픽스는 일본 내에서만 3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다. 이중 매달 15달러를 내는 유료 가입 고객이 6만4천명 수준이다. 전체 가입자의 2%에 불과하지만 뉴스픽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쿼츠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브랜드 콘텐츠 쪽에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 약 600건 정도를 소화했다. 쿼츠는 브랜드 콘텐츠는 광고주들에겐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쿼츠는 월간 방문자 수가 2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도 확장됐다.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선 유료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콘텐츠 생산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는 만큼 유료 서비스 노하우만 제대로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이 이끄는 쿼츠의 뛰어난 콘텐츠 생산 실력은 영어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유자베이스에겐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두 회사가 한 몸이 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니먼랩이 잘 분석했다.

일단 쿼츠는 영어권 독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복잡한 광고 판매와 이벤트 마케팅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 업체인 유자베이스는 아시아 쪽에 탄탄한 기반이 있다. B2B와 B2C 비즈니스 뉴스 쪽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미 인도와 아프리카 쪽에 발을 들여놓은 쿼츠가 아시아라는 또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자베이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모색해온 유료 서비스 쪽 경험을 고스란히 이전해 올 수도 있다.

쿼츠를 만들고 키웠던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과 제이 라우프 발행인이 그대로 쿼츠/뉴스픽스 합병 서비

스를 이끌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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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는 3년 전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자베이스의 쿼츠 인수는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실 면에선 그 못지 않은 합병으로 풀이된다.

‘유료 서비스’와 ‘뛰어난 광고 모델’의 결합으로 요약될 이번 합병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겉으로 드러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이번 합병은 적잖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