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투성이 전기차 급속 충전소, 왜?

지차제 행정 불통으로 전기차 이용자 큰 불편

카테크입력 :2018/07/04 14:04    수정: 2018/07/05 13:08

경기도 남양주시 일패동에 위치한 한 주유소 공터에는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 충전소는 지난달 말 설치가 완료돼 현재 시범 운영중이다.

그런데 이 충전소는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충전소 주변에 아스팔트 같은 바닥 마감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진흙더미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진입을 위한 자갈조차도 깔려 있지 않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소형이고 타이어 크기도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진입했다가 진탕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4일 이곳을 찾은 기자는 잠시 당혹스러웠다. 충전소 주변에는 전날 내린 장마비로 흙탕물과 진흙더미로 가득했다. 이곳에 몇 대의 전기차가 오고 갔다는 점을 알수 있는 타이어 스키드 마크가 진흙더미 속에 선명했다.

이 곳 충전소 급속충전기는 ‘시범 운영중’ 이라는 문구를 띄워 정상 작동중임을 알렸다. 하지만 주변에 전기차 충전소를 인지할 수 있는 환경부 공식 안내 표지판도 없어 관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에 설치되는 전기차 급속충전소는 기본적으로 주차면에 ‘EV 충전소’ 또는 '전기차 충전소'라는 안내 문구를 새긴다. 하지만 남양주시 일패동 공터에 마련된 충전기는 기초적인 주차면 구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한 주유소 왼편 공터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자리잡았지만, 주변 땅이 진흙더미로 얼룩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소 주변 관리가 허술한 남양주시 한 전기차 급속충전소 (사진=지디넷코리아)
남양주시 공터에 자리잡은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정상 작동중이지만, 관리 소홀 문제로 전기차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디넷코리아가 남양주시청과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해당 충전기가 마련된 공터는 주유소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담당하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해당 공터를 운영하는 주유소 운영주체 측이 지난해 말 실시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한 민간 토지 공모에 응모했고, 해당 토지가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 장소로 확정됐다"며 "올해 초 공사가 시작돼 지난달 말 마무리된 충전소"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충전소 주변이 이처럼 진흙더미로 가득한 것일까.

공단 관계자는 "주유소 운영회사 측으로부터 해당 공터에 건물을 짓고, 전기차 충전소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받은 바 있다"며 "공터 주변에 창고가 있는데, 충전기 공사 시작 이후로 창고가 사라지고 그 이후로 해당 공터에 아무런 건물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터 소유주 측인 주유소 관계자는 "남양주시는 대다수 토지가 그린벨트 지역이라, 우리가 소유한 토지도 그린벨트 지역에 포함됐다"며 "최근 그린벨트 지역도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남양주시 에너지관리국에 문의한 결과 해당 지역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해도 무리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전기 설치와 별도로 진행되어야 하는 지목변경 과정이 문제였다.

주유소 관계자는 "이 토지가 원래 밭이라서 해당 토지에 아스팔트 등의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지목변경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지역을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금곡동 주민센터(동사무소)가 지목변경 요청을 거부해 현재까지 충전소 주변 토지 상황을 정비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곡동 주민센터는 일패동 지역까지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 명의의 승인서가 있어도 지자체 벽에 가로막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2016년 9월부터 주유소 내 또는 주변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활성화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등 각 지자체들도 주유소, 식당 등 민간시설에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를 위한 보조금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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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양주시 사례처럼 부실 운영 전기차 충전기가 주유소 근처에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태 사단법인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KEVUA) 회장은 "전기차 정책이 이제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만큼 이러한 부실 충전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도 전기차와 충전기 정책을 보급에만 집중하지 말고 보급과 관리 정책으로 이원화해서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