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자체는 유해하다고 할 수 없지만 다른 발암물질과 함께 전자파를 쬐었을 때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전자파를 피하기 위해 기지국이나 중계기 설치를 기피하면 오히려 더 높은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15일 열린 제6차 전자파안전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전자파로부터 우리 가족은 안전한가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WHO의 암 발생 등급 분류는 1등급, 2A등급, 2B등급, 3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은 인체발암물질인 라돈, 석면, 포름알데히드 등이다. 2A등급은 인체발암추정물질로 디젤엔진가스, 납-무기화합물 등이 이에 해당된다.
1등급과 2A등급이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반면 2B등급은 발암가능물질, 3등급은 비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전자파는 이 중 2B에 속한다. 인체 발암 증거가 제한적이며, 동물실험에서도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2B에 속하는 다른 물질로는 절인 채소(피클, 김치) 등도 있다.
이날 '전자파 인체 영향에 대한 국내외 동향'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안영환 아주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가 있었고 대부분은 전자파 자체와 암 발생이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전자파를 발암물질과 함께 사용했을 때는 암 발생이 더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었다"며 "술을 마시고 전기방석에 앉아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환 교수는 또 "학계의 공통적인 입장은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우리는 전자파 없이 살 수 없지만 전자파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됐을 때는 문제가 되므로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파가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임경민 이화여대 교수는 "피부에 대한 전자파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24시간동안 1.7GHz의 전자파에 노출시켜본 결과 경미한 변화만 생겼다"며 "전자파가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파를 쐬면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세포 증식이 활성화돼서 발암물질도 같이 활성화될 수는 있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경민 교수는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큰 전자파를 쬐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전파에 의한 피부효과가 큰 위험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자파 차단 제품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발표한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연구관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전자파로는 가전제품 전자파와 휴대전화 전자파가 있는데 이 중 가전제품 전자파 차단 제품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가전제품 전자파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휴대전화 전자파 차단 제품은 효과가 있지만 쓸모가 없다"며 "그냥 원 상태의 휴대전화는 작은 신호만 가지고도 충분히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데 전자파 차단 제품을 붙여놓으면 통신을 위해 더 큰 전파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전자파 차단물질을 붙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계기도 마찬가지다. 집 근처에 중계기가 있으면 작은 신호만 나와도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전자파를 이유로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먼 곳에서 더 강력한 전파를 끌어와야 한다.
김기회 연구관은 "기지국이 가까이 있는 게 싫어서 멀리하게 되면 휴대전화로부터 노출되는 전자파가 결국 더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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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어린이시설 실내외 환경 전자파 노출 실태'에 관해 발표한 황태욱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차장 역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기지국을 없앤다고 해서 아이들이 크게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차피 옆 건물에 기지국이 다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어린이 시설의 전자파 강도는 이동통신 기지국 주변 대비 6.5% 수준으로 스위스나 이탈리아의 기준 대비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선공유기의 경우 어린이에게 근접해서 설치될 수 있어 어린이 시설의 경우 설치 장소 선정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