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천국' 깃허브, 왜 MS 품 택했나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2008년이었다. 창사 이래 계속 이끌고 있던 MS호는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넘겨줬다.

그 무렵 MS는 여러 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2008년 무럽엔 IT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미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윈도와 오피스가 여전히 주력 상품이던 MS의 수익은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발머는 조금씩 추락하는 MS호를 되살려내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MS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닐 선택을 한다.

그 무렵 야심적으로 준비하던 빙 검색사업 부문 책임자로 사티아 나델라를 임명한 것이다. 나델라는 최근 출간한 ‘히트 리프레시’를 통해 당시 발머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그만큼 나델라로선 배수의 진을 친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이걸 생각해야 하네. 어쩌면 자네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맡을 마지막 직책이 될 지도 몰라. 실패하더라도 낙하산은 없거든. 맨 몸으로 추락해야 할 걸세.”

빙 검색 사업 책임자로 역량을 발휘했던 나델라는 이후 MS CEO로 취임한 뒤엔 회사의 무게중심으로 클라우드 쪽으로 옮기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개발자 세계의 페이스북’으로 꼽히는 깃허브가 MS 품에 안긴다. 두 회사는 인수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4일(현지시간)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깃허브가 MS에 인수되는 데는 2008년 발머의 선택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누구보다 오픈소스를 잘 이해하고 있는 나델라 때문에 깃허브가 MS와의 합병 협상에 큰 거부감 없이 임했단 분석이다.

■ 깃허브, 개발자 천국이지만 경영은 최악 상황

소스코드 저장소 서비스인 깃허브엔 약 2천700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호스팅 중인 코드 저장소도 8천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 세계의 페이스북’이란 별칭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MS가 깃허브 인수에 공을 들인 건 이런 부분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란 점이 MS에겐 매력적이다.

윈도 애저와 깃허브를 잘 결합할 경우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MS가 깃허브를 인수할 경우 일거양득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윈도 애저와 결합할 경우 개발자들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한층 수월하게 깃허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깃허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윈도 애저 이용자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런 이유를 들어 “MS는 깃허브를 인수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깃허브의 선택에 대해선 “왜?”란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개발자들의 페이스북’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깃허브가 왜 MS에 회사를 넘기려고 하는 걸까?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경영난이다. 개발자들의 천국으로 꼽히는 깃허브이지만 사업엔 그리 능하지 못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깃허브는 2016년 첫 9개월 동안 6천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9천8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적자 규모다.

깃허브는 지난 해 8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크리스 완스드래스를 대신한 새로운 CEO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적당한 인물을 구하지 못했다. 그만큼 사업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MS, 깃허브 최고 기여 기업 중 하나로 꼽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깃허브가 왜 하필 MS를 택했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잘 아는대로 깃허브의 태생을 따지고 들어가면 리눅스와 만나게 된다.

깃허브의 근간에 있는 깃(Git)을 만든 사람이 바로 리눅스 커널 창시자인 리누스 토발즈다. 한창시절의 MS는 리눅스 진영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둘 간의 이런 과거사를 떠올리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MS는 윈텔 시절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문화를 만들어낸 핵심 인물이 바로 사티아 나델라다.

잘 아는대로 나델라는 2014년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어 MS 3대 CEO로 취임한 이후 오픈소스와 리눅스 진영에 우호적인 손짓을 계속 보냈다. 사내 프로젝트에도 오픈소스를 대거 적용했다.

나델라는 또 오픈소스 옹호 단체인 오픈소스 이니셔티브도 적극 후원하고 있다.

게다가 MS는 깃허브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샌트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MS에선 이미 1천명 이상의 직원들이 깃허브 저장소에 소스코드를 올리고 있다.

IT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MS는 핵심 제품인 윈도 파일 관리자 역시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저장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깃허브 측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인수 협상을 최초 보도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깃허브가 새로운 둥지로 MS를 택한 건 사티아 나델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깃허브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MS 뿐만이 아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도 그 동안 깃허브를 적극 활용해 왔다. 사실상 개발자 세계에선 중립 플랫폼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MS의 깃허브 인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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