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주로 공급되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모바일 업계 부진에도 업황이 되레 맑아 주목된다. 자동차 전장을 비롯해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쏟아지는 덕분이다. 늘어나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적인 MLCC가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 못지 않은 호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9일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MLCC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격 상승세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의 분석에 따르면 MLCC 가격은 수요가 급증해 지난 연말 기준으로 1년만에 29% 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다양한 영역에서 수요가 폭증해, 공급 부족 현상이 연내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스마트폰 시장 저물자 車업계가 MLCC 러브콜
스마트폰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MLCC 상황이 좋아진 이유는 최근 자율주행차나 IoT, 5G 통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업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MLCC는 양호한 업황이 예상된다"며 "전장용을 필두로 다양한 수요처에서 MLCC 수요가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올해 수요는 계속 늘 예정이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MLCC 업체들은 일부 전장용 생산라인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증설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요처들 중 MLCC를 가장 애타게 원하는 곳은 차세대 자동차 업계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전자제어장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스마트폰에 평균적으로 MLCC가 800개에서 1천개 가량 탑재되는 반면, 중형 자동차는 이 부품이 최소 3천개 이상 필요하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유명한 테슬라엔 1만5천개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1대당 MLCC 탑재량이 오는 2020년에 2만개 이상으로 증가하고, MLCC 수요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MLCC호황, D램과 닮았다…삼성전기 '훨훨'
하나금융투자와 KB증권 등에 따르면 현재 MLCC 시장 환경은 메모리반도체 처럼 과점 국면을 맞이했다. 글로벌 MLCC 시장은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TDK, 타이요유덴, 그리고 대만의 야게오 등 5개사가 지배하는 구조다. 한국 업체 1곳과 일본 3곳, 대만 1곳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각사의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 44%, 삼성전기 21%, TDK 15%, 타이요유덴 14%, 야게오 6% 수준이다.
이는 즉, MLCC 업계가 수요가 일정하고 공급이 제한적인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4개사가 생산능력(CAPA)를 늘리기 보다는, 이를 적정선에서 유지하며 시장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MLCC 시장은 과점 구조와 수요 급증 면에서 D램(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매우 비슷하게 재편됐다"면서 "가격상승과 공급부족은 2020년까지 장기호황 국면으로 진입해 현재 8조원 규모의 시장이 3년 뒤면 1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등에 따르면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각각 34%와 24%로 기록돼 1·2위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또 주목된다. IT 부문에서는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자동차 부문에선 무라타와 TDK가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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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분기부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고, 이에 MLCC 업계가 더 좋은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새로운 분석도 나왔다.
이날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멀티카메라와 인 디스플레이(In-Display) 지문인식, 3D 센싱 등 신규 부품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2분기부터 본격 출시되고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수급 불균형과 전장화 수혜인 MLCC 등 관련주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