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지배구조안 철회로 '흔들'

판매부진·이익률 하락 등 위기 헷징 전략 난항에 부딪혀

카테크입력 :2018/05/25 08:43    수정: 2018/05/25 09:07

실적 하락 등 어닝쇼크 충격을 돌파하기 위해 마련됐던 현대차그룹의 미래차전략이 지배구조안 철회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무역보복 등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되는 등 부진을 겪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전년(2016년) 대비 4.6% 오른 68만8천939대를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8.2% 하락한 381만5천886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떨어진 450만4천825대를 나타냈다.

기아차는 쏘렌토 등의 RV 효과를 거뒀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2.5% 하락한 52만1천550대, 해외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9.0% 하락한 222만4천638대 판매 기록을 나타냈다. 전체 판매량은 7.8% 떨어진 274만6천188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올초 CES 2018 간담회 무대에서 '넥쏘' 차량 앞에서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 총괄 출신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사진 좌측)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 떄문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2017년 영업이익도 곤두박칠쳤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대비 11.9% 하락한 4조5천747억원을 기록해 2010년 이후 7년만에 최저 영업익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이 4.7%로 5%대 밑으로 하락한 셈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관련 비용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73.1% 감소한 6천62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2% 증가에 그치며 9천372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에서 자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이같은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미래차 전략 실행을 위한 기술력 강화다. 친환경차 비중을 늘리고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의 미래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올해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를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적극 활용했다. 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과 수소연료전지차 기술 등을 널리 알리면서 첨단 미래차를 준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 제고에 힘썼다.

CES 2018에서 양산형으로 최초 공개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는 현대차그룹 차량 최초로 시속 0에서 150km/h 사이 주행시에 활용할 수 있는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이 탑재됐다. 이 기술은 60km/h 이상 활용할 수 있었던 기존 차선이탈방지보조(LKA) 기술보다 한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쏘에 탑재된 LFA 기술은 아직 완전 자율주행 기술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LFA는 넥쏘에 이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더 K9 등에 탑재되는 등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1층 로비에 나란히 전시중인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기차(사진 왼쪽)와 넥쏘 수소차(사진 오른쪽) (사진=지디넷코리아)

넥쏘의 LFA 기술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약속 중 하나였다.

그는 작년 1월 CES 2017 현대차 미디어 이벤트 행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반 완전 자율주행차를 타고 나타났다. 이어 무대에서 "신형 수소차(넥쏘를 지칭)는 SUV 타입이 될 것이며, 새로운 개념의 ADAS를 탑재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차 시대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잘 나타낸 것이다.

CES 2018 개최 이후 한달여만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현대차 완전자율주행 기술 홍보의 장이나 다름없었다. 현대차는 이 기간동안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넥쏘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차(레벨 4에 해당)를 선보여 국내 미디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미래차 사업 가능성을 CES와 평창올림픽을 통해 확인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미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서로 분할합병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사간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래차 사업 강화를 위한 핵심토대로 내다봤다. 글로비스와 분할합병된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사업 방안을 제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를 시장에 적용 이행하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힘을 보태기 위한 각종 사업 전략까지 내세웠다. 국내 일부 언론매체를 서산주행시험장에 초청해 자체 자율주행차 ‘엠빌리’를 전격 공개했고, 콘티넨탈 출신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전문가 칼스텐 바이스 등의 해외 인재를 영입했다. 또 전기차용 7인치 디지털 계기반 클러스터를 양산하는 등 전장부품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되면, 2022년까지 레이더, 카메라, 레이더에 이르는 자체 자율주행용 전장부품 개발에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 미국과 기술 격차와 수준은 크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도 확보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행사 ISS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결국 미래차 전략의 원동력이 지배구조 개편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대모비스 연구원이 엠빌리 자율주행차 운전석에서 책을 펼치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배구조안을 다시 보완 개선해 점검하고 동시에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합종연횡’ 전략을 취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최근 이뤄낸 합종연횡 전략은 미국 오로라와의 자율주행 동맹 구축과 ‘미국판 모빌아이’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지분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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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내에서 전략기술본부를 이끌고 있는 지영조 부사장은 최근 미국 등을 오가며 미래차 산업 전략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도 해외 출장 빈도를 높여가며 미래차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1일 내놓은 구조개편안에 대한 입장문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