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는 정밀한 폐 건강 검진이 가능한 의료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미세먼지, 황사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폐암을 조기에 잡아주는 기술을 전국 병원에 보급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수술 훈련용 모형과 인체 삽입형 보형물을 3D프린터로 만드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3D프린팅 출력물을 정밀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도 의료플랫폼에 탑재시켜 고도화시키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최정필 코어라인소프트 공동 대표는 “누구나 정밀한 폐 건강 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3D영상 분석기술과 의료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3D모델링, 세그먼트(분할·segment) 소프트웨어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 받은 인공지능(AI) 기반 캐드(CAD)를 활용해 국내 최초 폐 기능 영상 분석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해당 소프트웨어들을 적용한 클라우드 기반 의료플랫폼을 전국 14개 암 검진센터에 제공하는 ‘고위험 흡연자 대상 폐암검진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해당 시범사업은 폐암 조기 검진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병원이 환자 폐 부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데이터를 코어라인소프트가 개발한 의료플랫폼에 전송하면 3D모델링, 세그멘트 소프트웨어 즉, 판독 뷰어로 암 결절이 판독된다. 병원의 영상의학 전문의는 해당 판독 결과로 환자의 폐암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시범 사업에서 실제로 높은 진단율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자인 30년간 매일 1갑씩 흡연해온 만 55~74세 환자 중 56%가 1, 2기 조기 폐암으로 진단됐다. 2011~2015년 국내 전체 폐암 환자 중 조기 폐암 확진자 비율 21%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해당 시범사업에서 의료플랫폼, 즉 전산시스템과 판독 뷰어를 개발, 구축했다. 기존에는 영상의학 전문의가 눈으로 3D영상을 보고 결절 크기를 따져 폐암 여부와 경과를 진단했다. 그런데 어느 기준으로 크기를 재느냐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영상의학 전문의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당사 솔루션은 이같은 편차를 최대한 줄여 정밀하고 정량적인 결절 분석이 가능하게 한다. 정확하고 일관된 폐암 조기 진단이 가능한 표준화된 당사 솔루션 목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같은 의료플랫폼 구축을 위해 특정한 병원 서버가 아닌 보안이 확실한 클라우드를 택했다. 여러 병원이 확보한 CT 데이터를 안전하게 모아두고 어느 병원에서든 언제든지 신속하게 특정 환자의 폐암 판독 결과 데이터를 보고 정확하게 검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어라인소프트 이전에 국가사업에 클라우드가 쓰인 사례는 없었다.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공공기관도 보안 인증 받은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고시를 내놨지만 선례가 없었다. 결국 시범사업 발주처인 국립암센터가 나서 한국정보화진흥원, 보건복지부, 국가정보원을 찾아가 KT 클라우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최 공동 대표는 “의료플랫폼이 특정 병원 서버에 있으면 비용 문제도 문제지만 데이터 관리가 어렵다”며 “당장 시범사업에서도 전국 14개 병원이 의료플랫폼에 접속해 CT 데이터를 전송하고 3D모델링 작업을 거쳐 공유해야 한다. 어느 한 병원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클라우드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은 병원을 옮겨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폐암 판정 중요 기준이 결절 변화 과정이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찍은 데이터도 모아두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시범사업 과정에서 영상의학 전문가들도 클라우드 기반 중앙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번 시범사업 외에도 폐 건강을 검진하는 의료플랫폼을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기준에 맞는 대상자 수는 170만명으로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밀한 조기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전국 병원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코어라인소프트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주관하고 서울아산병원이 주도하는 국책사업 ‘폐, 간, 심장질환 영상판독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원천기술개발 및 팩스 연계 상용화’에 참여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COPD는 폐 안에 들어온 공기가 나가지 못 해 새로운 공기와 산소 공급이 차단되는 질병이다. 국내 7위, 세계 3위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최 공동 대표는 “흡연자가 아니라도 간접흡연 또는 미세먼지, 황사 때문에 폐질환 위험성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다. 이같은 사람들도 당사 폐 검진 솔루션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시범사업의 본사업으로 2019년 시행되는 건강보험 국가검진사업에도 응모할 계획이다. 현재 폐 주위 근육 상태를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3D프린팅용 협업 플랫폼도 개발
코어라인소프트는 폐암 검진 외에도 3D프린팅 협업 의료플랫폼도 사업 모델로 갖고 있다. 다리 보조구는 물론 인공 관절, 두개골 임플란트 등 인체 삽입형 보형물을 3D프린터로 만드는 사례의 지속적인 증가가 전망되는 까닭이다. 수술 시뮬레이션이나 실제 수술 현장에서 3D프린터로 뽑은 환자 수술 부위 모형이 쓰이는 풍경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해당 협업 플랫폼은 병원과 3D모델링, 3D프린팅 서비스기업이 빠르게 소통하며 환자에게 최적화된 3D프린팅 모형이나 인체 삽입형 보형물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병원이 환자 수술 부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이나 3D스캐닝 데이터를 협업 플랫폼에 올리면 코어라인소프트는 해당 데이터를 세그멘테이션, 3D모델링한 후 다시 의료플랫폼에 올린다. 해당 데이터로 3D프린팅 서비스 기업은 3D프린팅을 하게 된다.
최 공동 대표는 “병원, 3D프린팅 서비스기업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메일이나 전화, 직접 방문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데이터를 수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들어갔다”며 “데이터를 올리고 피드백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CT 영상에서 희미한 물혹 흔적을 찾아내거나 3D프린터로 관절 임플란트 제작 시 뼈와 뼈 사이 간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의 전문성은 의료진만 알 수 있다”며 “이런 정보가 3D모델링이나 3D프린팅 서비스기업에 전달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협업 플랫폼을 통해 이런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01년부터 전문성 확보…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
코어라인소프트는 폐 건강 검진 의료플랫폼, 3D프린팅 협업 플랫폼을 지속 발전시켜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 공동 대표는 해외법인을 지휘하며 해외 의료시장에서 의료플랫폼이 쓰이는 방식과 의료 현장에 필요한 의료플랫폼을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최 공동 대표를 포함한 코어라인소프트 핵심 임원인 김진국 공동 대표, 이재연 연구소장은 2001년부터 함께 의료플랫폼 핵심인 3D 의료영상 시각화 전문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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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공동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석사 시절부터 3D 시각화에 관심을 가졌다. 본인을 포함한 세 사람은 2001년 카이스트 랩벤처인 3D의료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기업 메비시스를 만들었다”며 “메비시스가 2007년 의료영상정보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에 인수합병된 후 제가 브라질 법인장을 맡아 해외 병원에서 3D 시각화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어떤 의료플랫폼이 필요한지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와 이 박사가 2012년 코어라인소프트를 설립하고 2015년 제가 합류하면서 세 사람이 다시 뭉쳤다”며 “국내서 개발 중인 의료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성공적 사례를 쌓아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