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토스·야놀자 등 인기 스타트업들이 전문 개발자를 영입하며 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고객에게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차세대 서비스들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인재 영입에 적극 뛰어든 모양새다.
배달음식 플랫폼 ‘요기요’와 ‘배달통’을 서비스 하는 알지피코리아도 유능한 개발자 모시기에 나선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LG에서 연구개발자로 시작해 삼성 모바일 서비스(MSC)를 거쳐, SK플래닛/SK텔레콤에서 T맵 서비스 개발을 총괄했던 조현준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를 지난해 6월 영입했다. 조현준 부사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 전문가다.
■ "대기업은 변화에 더뎌...스타트업, 빠른 의사결정 강점"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화려한 직장을 뒤로하고, 그가 알지피코리아로 넘어온 이유는 사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경험을 위해서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 사업이 있기 때문에 발 빠른 변화에 더딜 수밖에 없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협심해 좋은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조 부사장은 자신의 화려했던 시절이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벽에 갇혔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나오기 전인 2008년 경 당시 삼성전자는 우리도 모바일 서비스 사업을 할 거라는 기치를 내걸었어요. 스마트폰도 만들고, 여기에 올라가는 서비스도 만들자고 했죠. 좌충우돌하면서 힘들게 일은 했지만 당시 우리는 한국 최초로 뭔가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그런데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계속 사용할 거면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라고 해서 접게 됐어요. MSC도 접었고, 서비스 자체를 포기하게 됐죠. 제조업의 DNA가 문제였던 거 같아요.”
삼성전자에서 한계를 느끼는 조현준 부사장은 SK플래닛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서비스 마인드가 강했고, 2006년 피처폰 시절부터 핸드폰에서 내비게이션을 구현하는 사업을 준비했다. 당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지금 T맵은 국내 대표 길안내 서비스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높은 벽이 존재했다. T맵이 너무 잘 나갔던 게 문제였다.
“T맵은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유지했어요. 계속 업데이트 하고 발전 시켜 나가야 하는데 SK 입장에서는 이미 1등이고, 몇 백억 쓴다고 해도 국내 말고는 갈 데가 없었죠. 돈을 쓸 이유가 없었어요. 그러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치고 들어왔고, 변화가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투자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어요. 내부에선 이런 분위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정상으로 보였어요. 이미 시장 점유율이 70%인데, 75가 되고 80이 돼도 별 의미가 없었던 거죠.”
■"김범준 CTO 배달의민족 이직에 충격"
그러던 차에 조현부 부사장은 김범준 CTO의 우아한형제들 이직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SK플래닛이 데이터 플랫폼에 한창 투자를 많이 하고 티스토어, T맵 데이터를 다 모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던 찰나, 회사에서 중요한 비즈니스를 총괄하던 김 CTO가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잘 알지 못했던 우아한형제들로 건너간 것이 그에게는 “뭐지?”라는 생각을 품게 했다.
같이 SK에서 인정받던 김범준 CTO가 돌연 배달의민족을 서비스 하는 우아한형제들로 이직하게된 것이 하나의 자극제가 됐다.
“그 때만 해도 배달의민족이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던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 분이 나가고 기술 팀장들이, 개발자들이 조금씩 우아한형제들로 가더라고요. 궁금했죠. 뭔 회사인지, 어떤 이유때문인지 말이죠. 그러던 와중에 알지피코리아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력서를 낸 것도 아닌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조현준 부사장에 따르면 김범준 CTO는 우아한형제들로 넘어간 뒤 배달의민족을 자바 언어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했다. 또 서버를 아마존웹서비스로 이전 시켰다.
반면 조현준 부사장은 알지피코리아로 건너와 파이썬 언어로 개발된 요기요 앱을 고도화 시키고, 배달통 등 기타 서비스에도 파이썬의 높은 자유도를 이식 시키고 있다.
■ "높은 자유도가 파이썬 최대 강점"
어떻게 보면 경쟁 구조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프로그래밍 언어에 있어서도 경쟁 관계에 있는 자바와 파이썬이라는 대결 구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개발자들에게 자바 언어 프로그램은 올드한 느낌이 있어요. 자유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죠. 해야 되는 대로 만들고, 컴파일러가 정한대로 해야 하는 한계가 있죠. 규약이 딱 짜인 게 많아요. 반면 파이썬은 있는 그대로 바로바로 반영하는 강점이 있어요. 어떤 규약을 정해놓고 여기에 맞춰 개발하는 과정이 없어요. 코딩을 하면 사용자가 보는 제품에 바로 반영된다고 해서 다이내믹 랭귀지라고도 해요. 물론 바로 망가질 수 있어 개발자들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언어죠. 테스트 코드들을 세심하게 넣어놔야 합니다.”
자바 언어가 더 오래되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면서 자바를 공부한 개발자들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파이썬은 많은 개발자들이 배워보고 싶은 언어로 우선순위에 꼽지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자바에 비해 많지 않아 전문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는 에너지 넘치는 개발을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요. 생각하는 걸 빨리 개발하고 구현해서 사용자 반응을 보고 싶어 하죠. 그래서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걸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배달통은 PHP로 개발됐는데, 파이썬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 "국내 최대 파이썬 개발 조직 꾸릴 것"
조현준 부사장은 국내에서 파이선 언어를 가장 잘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파이썬 개발 조직을 꾸린다는 목표다. 알지피코리아는 요기요와 배달통 뿐 아니라, 지난해 인수한 맛집 배달대행 서비스 푸드플라이 등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나갈 계획이다. 배달기사들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고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최적의 경로를 제시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배달 시간이 중요한 배달대행 회사 ‘바로고’ 등과의 협업도 가능해 보인다.
“저희 사업이 현재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점점 많아지고, 자동화도 더 늘어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포스 기기와 저희 시스템을 연동 시켜 전체 주문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언제 어느 정도의 식자재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업도 가능하죠. 최근 트렌드인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연동도 있고요. 저희는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있어 상대적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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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부사장은 개발자 규모를 현재 60명에서 1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전체 사업도 확장하면서, 요기요만이 갖는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구상이다.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 수익 구조기 때문에, 앱 상단에 광고 대신 사용자 개인에 맞는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개발 문화를 수평적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빨리 개발하고, 방향성을 확인한 뒤 서비스 가부를 바로 결정하는 개발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개발팀과 기획팀이 협력하는 문화도 있고요. 기획부터 적용까지 팀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직이어서 더 원활히 의사소통도 할 수 있고요.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개발 조직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