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석학들이 만나 가짜뉴스, 블록체인, 망중립성 등 최신 인터넷 이슈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알려진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과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알려진 전길남 카이스트 교수는 15일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공공그라운드 지하1층에서 개최된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 대담에 참석했다. 대담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서프 부사장은 현재 인터넷 환경의 기반이 되는 TCP,IP프로토콜의 설계자로, 2005년부터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로 근무하고 있다. 구글을 대표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길남 교수는 1982년 국내에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들어 한국 인터넷 역사의 시작점을 찍은 인물이다.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사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가짜뉴스 걸러낼 사용자 비판적 사고 필요해"
서프 부사장은 가짜뉴스를 가공할 소재는 늘 있어왔고, 때문에 가짜뉴스는 기술 발전의 결과가 아닌 기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프 부사장은 “가짜뉴스는 인터넷 기술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그 기술을 남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다”며 가짜뉴스의 재료는 굉장히 많은데, 이런 뉴스 소재는 로봇이 만든 게 아니라 콘텐츠 기술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콘텐츠 거절 능력을 가진 가운데,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설 혹은 도구가 있다면 이용자들은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동체로써 모든 사람이 함께 신뢰 검증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실 관계 확인 기술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서프 부사장과는 달리 전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가짜뉴스가 기술로 인해 더욱 문제가 됐다고 판단했다.
기술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기술을 남용하는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무비판적으로 기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
전 교수는 “기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회기 때문에 기술을 너무 쉽게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은 경제규모와 기술 파워 면에서 선두주자에 있지만 기술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안하고 있는 거 같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한계 있지만…난민 신원 확인용으로 제안
블록체인에 대한 전망과 획기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다음 블록이 생겨날 때 그 속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수십억 개 거래를 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블록 생성시간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프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새롭게 나온 기술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프 부사장은 “기존에 구글 닥스와 같은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는 많이 나와 있었는데, 블록체인이란 단어는 마케팅 쪽에서 나온 용어가 아닌가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유용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프 부사장은 “일부에서는 익명 블록체인이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만 상대방이 누군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며 “누군지 알아야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가치 자체가 워낙 변동성이 커서 문제가 되지만 블록체인이 그렇다고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뭔가 대단한 마술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블록체인을 국적과 거주지가 없는 난민들을 위한 신원 확인용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전 교수는 “이 세상에 있는 70억 인구가 블록체인으로 다 묶여있으면 피난민에 대해서도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며 “국적이 없어도 신원 확인이 가능하고 약 25센트의 거래 비용으로 금전 거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美 각각 망사용료·망중립성 이슈 뜨거워
전 교수는 국가 간 망사용료에 대한 분쟁에 대해 시사했다. 유튜브와 같은 해외 사업자 플랫폼에 올라간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내 인터넷 제공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 교수는 “KT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미국과 한국 인터넷을 연결하는데 그 비용을 KT가 100% 무담하고 있고 미국은 하나도 부담을 안 한다”며 “약 100억 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데이터 출처를 보니 70~80%가 유튜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반씩 부담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왜 우리만 돈을 내야 하는지, 나는 그게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내달부터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는 것과 관련, 서프 부사장은 사용자의 선택권이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망중립성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속도로 차별 없이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일부는 기본권이라고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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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0년대 중반까지 8천여개에 달하는 인터넷 제공 사업자가 존재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매우 광활했다. 광대역 통신망이 보급되면서는 인터넷 제공 사업자가 지역별로 2개 정도로 축소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 때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면 사업자 선택지가 많지 않아 사용자는 불필요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게 서프 부사장의 설명이다.
서프 부사장은 “미국 소비자의 선택 폭은 좁으면서 인터넷 제공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광대역 접속 권한을 남용하하고, 사용자들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강요하는 거밖에 안 된다”며 “(기본권으로서) 인터넷 접속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서비스를 같은 속도 등의 면에서 같은 조건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