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애플 버터플라이 키보드 결함에 집단 소송

이물질에 취약한 구조와 떨어지는 내구성에 불만 ↑

홈&모바일입력 :2018/05/14 16:54

애플이 2015년부터 12인치 맥북과 맥북프로 등에 적용한 초박형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주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애플이 초기 버터플라이 키보드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고 주장한다.

■ 두께 줄이기 위해 등장한 버터플라이 키보드

애플이 2015년 이전까지 탑재했던 가위식 키보드. (사진=지디넷코리아)

대부분의 노트북 키보드는 손가락이 닿는 부분인 키톱을 가위식 플라스틱으로 고정한 다음 그 사이에 밥공기를 뒤집은 모양의 합성 고무를 넣는다. 데스크톱PC용 키보드와 흡사한 느낌을 주지만 키가 튀어나와 그만큼의 두께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지녔다.

애플은 노트북 제품에서 키보드가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키보드 스위치를 개발했다. 2015년 12인치 맥북과 함께 등장한 버터플라이 키보드(나비식 키보드)가 바로 그것이다.

애플이 적용한 이 스위치는 우리 눈에 보이는 키캡 아래 얇은 플라스틱 지지대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키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다. 키 위에 힘이 실리면 지지대가 움직이며 키 스위치가 눌리며 '딸깍'하는 소리를 낸다.

■ 부피는 줄였지만 손목에 피로 쌓이는 구조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2015년 12인치 맥북에 처음 적용됐다. (사진=씨넷)

애플은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12인치 맥북에 적용하면서 전체 부피를 13.1mm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당시 애플은 "(새 키보드가) 기존 키보드의 가위식 스위치보다 40% 더 얇지만 4배 더 안정적이며 키 어디를 누르든 정확히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의 설명과는 달리 먼저 제품을 접한 외신과 국내외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키가 눌렸을 때 깊이가 너무 얕아서 문서 입력 등 장시간 키보드 작업을 할 경우 손목이 피로해지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소비자의 불만이 거세지자 애플은 2016년 하반기부터 개선된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12인치 맥북과 맥북프로 등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키가 눌릴 때의 깊이나 피로도 등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 "이물질에 취약하고 고장 잘 난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내구성에 있다.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모래나 먼지 등 작은 이물질이 들어가도 쉽게 고장난다. 이물질을 빼 내는데 실패하면 키보드를 포함한 본체 하판을 모두 교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버터플라이의 내구성 문제를 자체 조사한 애플인사이더는 지난 4월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적용된 맥북프로(2016)가 제품 구입 후 첫 해동안 2014·2015년 모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잘 고장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이물질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지녔다. (사진=씨넷)

결국 지난 11일(미국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된 12인치 맥북과 맥북프로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제출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change.org 사이트에도 "애플 맥북프로의 결함이 있는 키보드를 리콜하고 제대로 된 키보드를 달라"는 청원이 등록되어 14일 현재 2만 1천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

■ 소비자 "애플도 결함 알고 있다" 주장

집단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소장에서 "수천 명의 맥북·맥북프로 이용자들이 버터플라이 키보드 고장을 경험했고 취약한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애플이 버터플라이 키보드의 결함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애플은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등장한 지 2년이 넘은 지난해 7월에야 고객지원 페이지를 통해 맥북과 맥북프로의 키보드를 청소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애플은 2017년 7월에야 키보드 청소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림=애플 웹사이트 캡처)

또 올해 3월에는 애플이 이물질 침입을 차단하는 새로운 구조의 키보드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는 이물질 침입에 취약한 버터플라이 키보드의 구조가 문제라는 사실을 애플도 알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 애플, 보상 대신 무상수리·교환으로 대응할 듯

집단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애플이 키보드 설계의 결함을 공개적으로 밝힐 뿐만 아니라 결함이 있는 제품을 교환 혹은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시작되면 시간과 비용 소모를 막기 위해 제품 무상수리나 교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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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역시 아이폰6 플러스의 디스플레이나 맥북프로 레티나 코팅 벗겨짐 등 여러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품 교환이나 무상수리로 이에 대응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한 적은 없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2016년 전후로 출시된 12인치 맥북·맥북프로의 버터플라이 키보드 품질이나 내구성, 문제 발생시 수리나 교환 정책에 대한 이메일 질의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