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中통신장비공장 철수 "5년간 주문 無"

중국기업 벽 넘지 못해...'선택과 집중' 택한 듯

방송/통신입력 :2018/05/04 08:12    수정: 2018/05/04 10:34

삼성전자가 중국 선전에 지었던 통신장비 공장을 이달 철수키로 한 가운데, 그 배경이 중국 통신장비 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5년 간 중국에서 직접 장비 주문을 받지 못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달 철수가 진행 중인 선전삼성전자통신유한회사(SSET) 공장 책임자는 중국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회사가 2013년부터 통신 기지국 설비를 생산해왔지만 5년 간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만 실감해 공장 문을 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현지에서 주문은 한 건도 받지 못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책임자는 "이 공장 직원은 제조를 맡고 연구개발과 판매는 다른 회사가 맡는 구조"라며 "사실상 이 공장은 지난 4~5년간 중국에서 1대의 네트워크 통신 장비도 팔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 본사의 주문만 받아 왔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SSET 공장은 올해 초 양산 규모가 극소로 작았으며 결국 3월 30일 폐쇄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1일 직원들의 이직이 시작됐다. 지역 정부 개입 하에 지난 달 19일까지 이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협상을 진행했다.

이 책임자에 따르면 297명의 직원이 고용관계 해소에 따른 경제적 보상안을 위해 협상하고 있으며 보상금은 4400만 위안(약 74억4788만 원)을 웃돈다. 공장 내부 취업 알선 등을 통해 직원들의 재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일부 직원은 이미 사직한 상태이며 남은 100명 가량의 직원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중국 시장을 장악한 화웨이와 ZTE 등 현지 통신장비 회사의 벽이 너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임자는 "지난해 삼성 본사에서 중국 통신 장비 시장 개척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원가 경쟁력이 화웨이와 ZTE에 비해 열악했으며 네트워크 기지국 시장의 개척에 있어 종합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중국 시장을 뚫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5G 시장이 도래하고 있지만 최근 삼성전자 상황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 현지 기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화웨이가 에릭슨을 넘어서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로 올라서면서 모바일 기지국 인프라 비즈니스 시장에서 지난해 2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2016년의 25%를 웃도는 실적이다. 에릭슨이 27%로 2위를 노키아가 23%로 3위를 기록했으며 ZTE는 13%로 4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3%로 5위다.

5년 간의 도전이 막을 내린 것은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략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선전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두번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하면서 집중 육성 단계인 전기차 사업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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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ET는 2002년 2월 26일 설립됐으며 당시 삼성전자와 중국 기업의 합작사로 출발했다. 이어 약 10년 후인 2013년 통신장비 회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삼성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첫 통신 장비 제조 공장이자 선전에 위치한 유일한 공장이다. 삼성전자가 선전 회사 지분의 95%를 보유하고 상하이롄허터우즈유한회사가 나머지 5%를 가졌다.

상하이롄허터우즈유한회사는 지난 2일 재산 변동 내역 공시를 통해 이 공장 지분을 처분한다고 공개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과 지난해 SSET의 매출은 18.08억(약 3060억 원)과 23.43억 위안(약 3966억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