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여행사이트 ‘프랑스.com’ 도메인 뺏어

외무부 “프랑스 재산”...소유자 연방 법원 제소

인터넷입력 :2018/05/02 10:19    수정: 2018/05/02 10:49

24년 간 여행 예약 사이트로 운영된 프랑스닷컴(France.com) 사이트가 갑자기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이면에는 프랑스닷컴 소유자와 프랑스 정부 간의 치열한 법정 분쟁이 있는데, 닷컴(.com) 도메인이 국가에 의해 강탈된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4월30일 IT 전문매체 더버지와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닷컴 도메인 소지자이면서 프랑스닷컴 상표를 등록한 진 노엘 프리드먼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사실을 발견했다.

프리드먼은 이 사이트를 관영 여행 예약 사이트로 운영해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 중 하나인 ‘France.fr’ 영어 버전으로 바뀐 것이다.

갑자기 자신의 사이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된 프리드먼은 프랑스 정부와 호스팅 업체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닷컴에 접속할 때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이트로 이동되는 설정을 취소하고, 자신이 운영해온 관광 여행 사이트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월드와이드웹(www)을 사용할 수 있게 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1994년에 처음으로 도메인을 등록했다. 당시 프리드먼은 웹사이트 가능성을 알고 빨리 선점하면 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인터넷에서 곧바로 프랑스닷컴이라는 도메인을 취득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프랑스닷컴 사이트에는 매월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그는 다른 도메인도 갖고 있었으나, 몇 년 전 모든 도메인을 매각하고 프랑스닷컴만을 운영해 왔다. 프랑스 관광청은 지난 2009년 프리드먼과 프랑스닷컴을 높이 평가하고 베스트 웹 사이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그러나 2016년 프랑스 외무부가 프랑스 닷컴 도메인에 대해 정부의 정당한 재산이라는 주장, 소송을 제기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그리고 같은해 7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고등법원은 프랑스닷컴이 나라의 합법적인 재산임을 인정, 프리드먼이 해당 도메인을 양도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프리드먼이 항소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상황이었다.

이에 프리드먼은 적어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프랑스닷컴 도메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가 도메인 등록기관인 웹닷컴에 압력을 가해 프랑스닷컴 접속 시 프랑스.fr 영어 버전으로 연결되도록 설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닷컴 도메인을 취급하는 등록기관이 미국의 웹닷컴에서, 프랑스에 본사를 둔 OVH로 변경되기까지 했다.

프리드먼의 변호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루드비히 변호사는 “도메인 이름은 선착순으로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진실”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닷컴 도메인이 국가에 의해 몰수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닷컴 도메인의 ‘com’은 ‘commercial’(상업적)를 뜻하는 것으로, 국가 도메인과는 구분된다. 이에 정부가 닷컴 도메인을 소유하는 것은 드문일이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USA.com’, ‘Canada.com’, ‘Germany.com’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도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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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가 기존 도메인 소유자로부터 도메인을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특히 더 드문 사례다.

고유 단어의 도메인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Super.com’의 경우 올해 120만 달러(약 12억9천만원)에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