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유지보수만 생각할 게 아니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컴퓨팅입력 :2018/04/30 14:28    수정: 2018/05/02 13:49

“인공지능(AI)나 빅데이터를 산업계에 적용한다고 하면, 유지보수나 품질 향상 정도만 생각한다. 산업계의 AI 활용은 그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장영재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주 열린 매트랩엑스포2018 행사장에서 만나 이같이 밝혔다. 장영재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이자 신성-카이스트 인공지능자동화시스템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분야 AI 활용 방안을 연구하며, ‘공급사슬망 및 데이터 기반 제조 운영’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매트랩엑스포 기조연설에서 산업계에 적용가능한 AI 연구사례를 발표했다. 패션 상품의 매장별 배분을 자동화하는 사례, 자동화 공장 내 물류 로봇의 경로 자동화 등의 사례가 나왔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장 교수는 “AI 발전으로 많이 알려진 음성인식이나 이미지인식 같은 기술이 가정의 기기에 사용되는 건 오류를 별로 큰 이슈로 보지 않는다”며 “반면 산업AI, 혹은 산업지능의 활용은 불량품을 잘못 찾거나, 기계를 오작동시켰을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차이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지능은 현존하는 AI 기술과 산업의 노하우를 녹여 산업을 혁신하자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산업 AI는 확실히 검증되고, 중간 과정의 생략된 부분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영재 교수가 산업 AI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2년 남짓됐다. 2년전 알파고의 충격을 받은 후 AI 기술로 연구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했다.

이날 발표한 사례 중 패션 상품 배분 자동화는 다품종소량생산 체계에서 상품을 매장별로 골고루 공급하는 AI 시스템의 사례다. 오늘날 패션산업은 같은 상품이라도 매장마다 많이 팔리는 사이즈나 색상이 다 다르며, 상품의 종류도 매우 많다. 이를 사람이 하면 특정 매장에 특정 상품만 집중 공급되고, 판매수요에 맞지 않는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그는 “제품을 시즌마다 수천개씩 배분할 때 딥러닝 기법으로 옷의 이미지를 식별, 분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옷마다 일련번호를 자동으로 붙이고, 이를 기반으로 옷의 차이를 수치화한 뒤 어느 매장에 옷을 각각 어떻게 섞어 배분해야 할지 수학적 최적화 모델을 써서 배분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배분하는 것보다 구색을 더 잘 갖춰 배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미지 인식과 수학 논리적 최적화 모두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자동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례는 공장 내 물류로봇이 알아서 이동 경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자동화된 공장에는 내부 이송을 맡는 물류 로봇이 500~1000대 가량 움직인다. 이 로봇의 경로를 사람이 룰을 만들어 입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장 시스템이 계속 진화할 때마다 모든 게 바뀌고 물류 로봇의 룰도 바뀌어야 해서 물류 로봇의 정체 현상이 생기기 쉽다.

장 교수는 “알파고의 핵심 기술인 강화학습 방식을 통해 배송 로봇이 실제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학습을 하게 된다”며 “물건을 배송할 때 한쪽에 몰려 정체하면 돌아서 가고, 어느 경로에 문제 있다고 하면 상호 통신을 하면서 과거 학습을 바탕으로 스스로 알아서 경로를 바꾸면서 진화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결과 거의 똑같은 기기임에도 물량배송 능력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룰을 잘 만들었을 때 10% 정도 향상되는데, 강화학습으로 완전히 차원이 다른 개선을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화학습이나 딥러닝 같은 기술에서 결과의 원인을 사람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점을 언급했다. 채택했을 때 결과는 좋지만, 결과로 가는 과정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이 중요한 산업에 무조건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AI 알고리즘의 성과가 기존 방식과 비슷하다면 해석불가능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다”며 “그러나 딥러닝이나 강화학습의 성과가 두배라면, 중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기 때문에 안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AI 교육에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전반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기술 요소를 가르치는데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AI 교육을 코딩이라 여기고 있는데, 전체 큰 시스템을 볼 수 있는 문제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코딩, 통계, 데이터처리 기술만 교육하면, 실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무얼 할 지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중심으로 가기 위해 문제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실제로 문제부터 시작해서, 해결방안을 찾고, 그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한번씩 다 경험해 통합적 사고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현재 학부생 수업에 매스웍스의 랩과 시뮬링크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실은 레고와 매트랩을 활용해 실제 공장 시스템 전반을 구현, 가상의 자동화 공장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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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트랩은 새로운 AI 기술이 있으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툴박스가 만들어져 제공된다”며 “책만 보다 지치기 마련인데, 매트랩을 통해 끝에 뭐가 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결과를 확인하고 그때부터 흥미를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AI에서 중요한 건 공학적 개념을 알고 거기에 AI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근본없이 무조건 코딩부터 배우기보다 활용하기 좋게 구조화된 툴이 필요한데 매트랩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