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보고서 공개되면 美·日에 이득"

노동계 "보고서는 영업비밀 아냐" 반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4/26 07:43    수정: 2018/04/26 09:36

박병진 기자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그 안에 포함된 국가핵심기술이 미국·일본 회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반도체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문진국·임이자 의원 주최로 열린 '산업안전과 기업기술 보호 현황·과제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황철성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경쟁국은 중국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철성 서울대 교수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안전과 기업기술 보호 현황·과제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황 교수는 "D램 업계 3등이 미국 마이크론이다. 낸드플래시 2등은 일본 도시바"라면서 "마이크론과 도시바가 보고서를 가져가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보다 훨씬 무섭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해당 작업장 근로자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공개할 경우 중국 업체보다 국내 기업과 기술 차이가 적은 미국·일본 업체들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해 '빅3'로 꼽힌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도시바(16.2%)·웨스턴디지털(14.8%)·SK하이닉스(11.6%) 등이 1위 삼성전자(40.4%·자료 IHS마킷)에 크게 뒤진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비밀준수서약을 쓰고 직접 보고서를 열람했다는 황 교수는 "반도체 공정은 조합이 중요한데, 어떤 물질을 쓰는지는 (보고서를)조금만 열심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며 "(경쟁업체에)완전히 갖다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자료=IHS마킷)

그러나 노동계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연구소장은 "25년째 보고서를 연구해왔고 직접 작업환경측정에 종사도 했지만 단 한 번도 보고서가 영업비밀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보고서는 공개·비공개의 개념이 아니다. 무조건 공개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도시바 등 해외 경쟁사에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조 소장은 "SK하이닉스도 보고서에 똑같은 정보가 들어가지만 누구나 노동조합 사무실에 와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소장은 "(보고서는)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공개는 당연하다. 다만 무작위로 공개한다면 경쟁 기업에 갈 수 있으니 제한조치를 둬야 하는 부분"이라며 공개를 전제로 한 뒤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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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은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 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으며, 설령 영업비밀이더라도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를 이를 근거로 산업재해 입증과 무관한 제3자에게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으나 19일 삼성전자의 집행정지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이 받아들이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