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간만에 순항중이다. 지난 해 출시된 라이젠 1세대 프로세서는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기본 코어 수를 늘어나게 만드는 메기 효과를 낳았다. AMD의 연이은 부진으로 그동안 지속되었던 인텔 독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 초 불거진 보안 문제인 스펙터·멜트다운도 AMD를 비켜갔다. 3월에는 이스라엘 보안업체 CTS랩스가 라이젠 프로세서의 보안 문제를 공개했지만 문제의 본질보다는 공개 방식을 문제시하는 여론 탓에 조용히 넘어갔다. 라이젠 2세대 프로세서도 게이밍 PC 바람이 불며 순항할 전망이다.
■ 인텔은 5G와 클라우드로, 엔비디아는 AI로.. AMD는?
그러나 그동안 AMD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혔던 엔비디아나 인텔은 정작 라이젠 2세대 프로세서를 큰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미 주력하는 분야가 PC를 벗어나 다른 분야로 상당수 옮겨 갔기 때문이다.
인텔은 엔터프라이즈 등 B2B 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던 경쟁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와 5G, 드론과 차세대 메모리인 3D 크로스포인트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퀄컴과 특허권 분쟁 등 이슈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2016년 아이폰7 이래로 스마트폰·태블릿 LTE 모뎀칩도 공급한다.
엔비디아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3D에서 쌓은 기술력을 자율주행이나 컴퓨터 비전, 사물 인식에 활용하고 있다. PC 프로세서보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은 그래픽칩셋을 연산에 활용해 AI에 필요한 막대한 계산 성능을 끌어온다.
그러나 AMD의 주력분야는 여전히 PC용 프로세서와 개인용 그래픽카드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가 유일하게 진출에 실패한 분야는 플레이스테이션4나 X박스원 등 차세대 게임기를 위한 칩 뿐이다.
■ 라데온 설계하던 수장은 인텔로 이직
좁은 포트폴리오 이외에 AMD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은 또 있다. 그동안 AMD 라데온 기술 그룹을 이끌던 25년 경력의 그래픽 전문가, 라자 쿠드리가 지난 해 11월 초 인텔로 이직해 고성능 그래픽 부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라자 쿠드리는 애플에 재직하며 맥북프로와 맥북 등 모든 노트북 컴퓨터 라인업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AMD에서는 그래픽칩셋은 물론 APU 등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텔에 라자 쿠드리가 이직한 뒤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인텔 8세대 프로세서와 AMD 라데온 그래픽칩셋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G다. 그러나 이런 과도기적 상황이 끝나면 인텔이 자체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점쳐진다.■ 벗어날 수 없는 '가격 대비 성능'의 숙명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완제PC 시장을 좌우하는 업체들은 AMD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를 출시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 탓에 AMD 프로세서의 매출은 80% 이상이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조립PC 시장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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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유통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현장 상인들이 AMD 프로세서에 보이는 반응이 2017년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잘 팔리는데는 그만한 이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인텔 프로세서보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 유통시 미미하나마 마진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 크게 밀렸던 성능을 '가격 대비 성능'으로 덮어온 AMD 프로세서 특성상 가격을 크게 올리기도 어렵다. AMD코리아가 라이젠 2세대 프로세서(피나클릿지) 예약판매 가격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의 적대적인 반응을 못 이기고 일부 제품 가격을 내린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