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바이닥터드레, 소울바이루다크리스, 페니왕 등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를 내세워 홍보에 나섰던 헤드폰들이 하나같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디자인을 우선시했던 헤드폰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한편 헤드폰의 본질인 소리에 충실한 제품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 연예인·운동선수 앞세웠던 헤드폰 마케팅

국내에 고가 헤드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경이다. 닥터드레가 몬스터와 손잡고 만든 헤드폰 브랜드인 비츠바이닥터드레가 유명 인사나 운동 선수를 통해 제품을 노출하면서부터다. 국내에서는 수영 선수 박태환이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을 착용한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며 화제를 모았다.
페니왕 헤드폰은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일어난 법적 분쟁을 홍보에 활용했다. 2011년 당시 국내 총판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노홍철 등 많은 연예인에게 페니왕 헤드폰을 제공하는 등 PPL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페니왕 헤드폰은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2년에는 미국 래퍼 루다크리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소울바이루다크리스 헤드폰을 국내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룹 빅뱅이 모델을 맡았다.
■ 본연의 목적인 '소리' 외면했던 헤드폰들
그러나 이들 헤드폰은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비츠바이닥터드레는 한때 국내 총판인 CJ E&M의 효자상품으로 꼽혔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CJ E&M은 2016년 온쿄사의 고음질 헤드폰을 들여오며 실적 개선을 꾀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CJ E&M은 음향기기 유통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은 애플 가로수길이나 에이샵, 프리스비 등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소울바이루다크리스는 한국 진출 4년만인 2016년 조용히 철수했다. 페니왕 헤드폰 국내 유통사 역시 조용히 사라졌다.
■ 연예인으로 주목받고 소리로 외면당하다
이들 헤드폰이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로는 비싼 가격에 걸맞지 않은 소리가 꼽힌다. 시코, 골든이어스 등 헤드폰 애호가가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귀가 아플 정도로 울리는 저음에 비해 보컬 전달이 명료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비츠바이닥터드레는 이들 마니아 사이에서 '닥드레기', '소리나는 패션 아이템' 등으로 불리며 저평가를 받았다. 2014년 애플 인수 이후 편중된 소리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가격도 내렸지만 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2년 전 비츠 루크 우드 회장을 인터뷰한 한 오디오 전문기자는 "비츠 헤드폰의 음질을 혹평하자 루크 회장도 이를 인정하며 '소리가 개선되었으니 꼭 들어보라'며 당시 출시된 모든 제품을 공수해 보내 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새 헤드폰 출시되면 커뮤니티에 평가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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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현재 디자인만을 앞세운 헤드폰은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헤드폰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잘 팔리는 헤드폰은 모든 대역의 소리를 고르게 내며 편중되지 않은 소리를 들려 주는 제품들이 주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입업체 관계자는 "새 헤드폰이 나오면 소리를 측정해 결과를 공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먼저 제공해 평가를 거친다"고 말했다.
헤드폰이나 이어폰 광고에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제조사는 소니코리아가 유일하다. 소니코리아는 2014년부터 오디오 제품에 아이유(이지은)를 전속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아이유의 음악적 깊이와 감수성이 소니 오디오가 추구하는 음악적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게 소니코리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