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이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 논란에 휘말렸던 페이스북이 이번엔 제3의 업체를 통해 5천만 명에 이르는 계정 정보가 유출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젊은 이용자들이 이탈하는 조짐까지 보이면서 성장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어 악재가 겹치면서 이용자 21억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위기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 5천만 이용자 성형, 대통령 선거에 활용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은 그 동안 '거침 없는 하이킥'을 계속해 왔다. 지난 해 매출 406억5천300만 달러(43조5천600억원)에 이른다. 이중 광고 매출은 399억4천200만 달러(42조7천900억원)로, 전년 보다 무려 49%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의 밑바탕이 된 건 역시 방대한 이용자 수다. 현재 규모 면에서 페이스북에 필적할 SNS는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월간 이용자(MAU)는 21억3천만 명에 이른다. 한국에선 월 사용자가 1천800만명이다.
하지만 거침 없이 성장하던 페이스북이 최근 연이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보도로 알려진 이용자 정보 유출 건은 페이스북에겐 치명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용자 5천만 명의 개인 정보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선거심리전에 활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보도 직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은 하루 사이에 364억달러(약 40조원)가 증발했다.
벌써부터 마크 저커버그 대표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것이란 외신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번 개인 정보 유출 건이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란 점이다.
이번 사건도 출발은 학술연구였다. 케임브리지대학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가 심리분석 연구를 위해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을 활용해 27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연구 대상의 친구들 정보까지 수집하면서 피해 대상은 5천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추산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가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손에 넘어가면서 문제가 됐다. CA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페이스북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코건 교수나 CA 측이 이용 권한을 넘어선 행위를 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신들은 이번 데이터 유출 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기반인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사건이란 점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 러시아 미 대선 개입설..."페북, 데이터 보호 관심 없다"
페이스북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전락한 사례는 또 있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사법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 고문 변호사인 콜린 스트레치는 “러시아 정부와 관련 있는 계정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8만 건의 게시물이 미국인 1억2천600만 명에게 전달됐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치 변호사가 “이 같은 물량은 페이스북 전체 게시물 대비해서는 극히 미미하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특정 목적을 가진 단체나 기관이 인위적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은 2016년에도 ‘트렌딩 뉴스’ 서비스를 하면서 정치 편향적인 뉴스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회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라든지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 국가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지는 주요 플랫폼으로 쓰이면서 가짜뉴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한 때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았던 샌디 파라킬라스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기고 칼럼에서 “페이스북은 이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고, 사업모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변화도 피하려고만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물론 페이스북도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여러 조치들은 내놓고 있긴 하다. 가짜뉴스 논란이 커지자 마크 저커버그는 “뉴스 유통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판별 시스템을 통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뉴스의 경우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나타나지 않게 하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마크 저커버그는 올 1월20일 언론사 신뢰도 조사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은 언론사 뉴스의 노출 빈도를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 역시 최근 불거진 문제를 풀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선거 심리전에 활용됐다는 또 다른 사실이 폭로되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 분기별 이용자 수 감소 창사 이래 처음
이제 관심은 이런 일련의 사건이 페이스북의 성장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부분이다.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마이너스 성장'이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페이스북 피로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새로운 소셜 플랫폼을 찾아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1월 북미 페이스북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수가 약 1억8천400만 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 조사치인 1억8천500만 명에 비해 약 100만 명 줄어든 수치로, 분기별 이용자수 감소를 페이스북 창사 이래 처음이다.
페이스북의 성장 둔화와 사용자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는 곧 매출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용자 연령층이 높아지는 문제까지 겪고 있다. 혁신은 사라지고 서비스 노화와 피로감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 14년이 지나면서 10~20대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2~17세 연령층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는 9.9%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 경향을 올해도 지속돼 11세 이하는 9.3% 감소하고, 12~17세는 5.6%, 18~24세는 5.8% 감소할 전망이다. 이마케터는 줄어든 이용자가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 유사 서비스로의 이동을 점쳤다.
이번에 불거진 데이터 유출 사고는 이런 추세를 더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페이스북의 성장세에 의문부호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 한국서 규제 당국·통신사와 마찰
이런 흐름과 별도로 국내에서도 페이스북은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특정 통신사 이용자들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사용자 불편을 초래, 규제당국으로부터 사실조사를 받아왔다. 이 결과는 오는 21일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공개, 제재안이 나올 예정이다.
또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글로벌 평균과 비교했을 때 무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와 관련된 협상의 진척이 계속 지지부진해지고 난항을 겪을 경우 페이스북 접속 지연 등의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조사업체나 개별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약관과 무관한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더욱 공론화될 경우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이용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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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페이스북에서는 타깃 마케팅을 위한 용도로 여러 업체들이 게임 등의 형식을 빌려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폭로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통해, 이들이 과연 약관을 잘 지켜 페이스북이 정한 용도로만 개인정보를 사용했을 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