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를 뽑은 뒤 그 이사가 다시 회장 후보를 추천한다. 그 동안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이런 '셀프 추천'을 통해 순환 경영을 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순환' 경영이 금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및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3분기 중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뽑는 위원회의 위원 3분의 2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CEO 선임 투명성 강화를 위해 후보군 관리내역을 주주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연임할 경우 외부 평가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정할 때는 금융소비자나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외부전문가가 추천한 인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 금융지주사의 주주제안권 행사 요건도 완화될 전망이다. CEO선출 의사결정에 소수주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현행 의결권 0.1%이상만 할 수 있었던 주주제안권의 기준을 의결권 0.1%이상 또는 보유주식 액면가 1억원 이상으로 변경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9개 금융지주회사(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BNK금융·DGB금융·JB금융·한국투자금융·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 구조 관련 리스크를 서면 점검·평가하고 3개사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아직도 지배구조가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뽑고, 다시 이 사외이사가 확대지배구조위원회(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소속돼 회장을 뽑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경우 제대로 된 회장 선임에 공정성에 제약이 될 수 있고, CEO의 이해를 반영하는 인물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출해 거수기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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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CEO 후보군에 대한 육성 프로그램이 없거나 경영승계절차 기간이 짧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지주회사에서 CEO후보군을 설정해 체계적 육성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장기간 후보군의 자질을 검증해 적임자를 선임한다. 반면,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영승계절차는 평균적으로 임기 만료 40일 전에 시작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는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며 "부실경영이나 불건전 영업의 파급효과가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어 금융사의 지배구는 훨씬 엄격한 요건과 공적 통제가 적용되는 게 국제적 규범"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