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희비가 엇갈려 주목된다.
전자부품 업계에서 1분기는 통상 계절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반도체업계는 서버용 D램의 가격 강세로 오히려 성장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반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발(發)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증가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으로 인한 투자 증가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 계속되는 메모리호황에 반도체 '웃음'
반도체 업계의 호실적 전망은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4Gb 512MX8)의 지난달 말 평균거래가격(ASP)은 3.81달러(약 4천200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6%가량 상승한 수치다. 비수기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도리어 상승한 것이다.
D램 강세는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모습이다. 서버용 D램(DDR4 16GB RDIMM) 가격은 지난해 8월 145달러(약 16만원)에서 161달러(약 17만8천원)로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 성장한 셈이다. 이는 서버 업체들의 성장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주요 IC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D램 가격 뛰는데 낸드는 제자리…왜?)
이에 따라 올해 D램 시장 전망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액을 96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로 예측했다. 이 업체는 D램의 ASP도 10% 안팎으로 상승한다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이어진 메모리 장기 호황 추세 덕분이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업계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찍고 성장을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메모리 가격 강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금융사들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4조5천억원, 4조5천억원 가량이다.
■ 비수기 '직격타' 맞은 LCD…중소형도 좋지 않아
디스플레이는 업계 비수기인 1분기를 맞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널 판가 하락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가늠조차 어려워 상반기 전망 예측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가장 악재로 지적되는 것은 과거 업계에 영광을 가져다줬던 LCD다. LCD는 중국 업체들의 공급량 증가로 지난해 말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판가 하락세에 대해 업계가 '날개 없는 추락'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해 말 평균 354달러(약 39만3천원)였던 LCD 패널(65인치 TV용 패널 기준) 가격은 지난 1월 343달러(약 38만1천원), 지난달 331달러(약 36만7천원)로 꾸준히 하락했다.
중소형 패널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TV 시장의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 스마트폰 시장은 교체 수요가 상승해 TV 패널 수요 감소량을 메우곤했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판매 부진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중소형 패널도 힘든 상황에 놓였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우려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는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을 주력 제품이던 LCD에서 OLED로 전환 중이다. 또 나중을 생각해 과거 LCD에 쏟았던 투자금을 OLED에 투자하는 등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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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LCD 패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반대로 OLED 판매 비중이 큰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애플에 공급해 온 '아이폰X(텐)' 판매 부진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공장 가동률이 약 50%가량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예상한 것과 달리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다만, 한 번은 겪어야 할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