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神의영역' 2나노미터공정시대 온다

삼성,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선제적 도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3/09 09:12    수정: 2018/03/09 09:27

반도체 업계가 미세공정 분야의 오랜 기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과 대만 TSMC 등은 현재 EUV 장비를 구입했거나 향후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업계는 EUV를 통한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매진해 머지않아 '神의 영역'인 2나노미터(nm) '초(超)미세공정'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자사 반도체 생산라인에 EUV 공정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노광장비 구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화성캠퍼스에 착공한 EUV 전용 공장을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에 맞춰 신속히 장비를 사들이고 있다.

ASML EUV 노광장비. (사진=ASML)

■ 반도체 꿈의 기술 EUV에 업계 '러브콜'

EUV는 반도체 칩의 원자재인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포토 리소그래피 기술이다.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방식이다. EUV 장비는 그동안 미세공정에 사용됐던 불화아르곤(ArF) 광원 대비 파장이 짧다는 장점을 지닌다. 최근 업계가 10나노 이하 단위의 미세공정 경쟁에 뛰어들면서, EUV는 세밀한 회로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재로 변모했다.

특히 EUV는 거울형 노광기술인 기존 심자외선(DUV)과 달리 반사형 장비라는 점에서 감광, 식각 등 반도체 공정 전 분야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쓰여왔던 DUV는 해상도의 한계가 30nm에 불과하다. 이에 업체들은 미세공정을 위해 2배, 4배 패터닝(정형화) 등 복잡한 기법을 사용해왔다. 이는 자연스레 업체들의 생산성 저하와 원가 상승의 요인이 됐다.

장비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당초 알려졌던 계획보다 더 신속히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장비 구동에 앞서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ASML(네덜란드의 EUV 노광장비 업체)은 지난해 삼성전자로 추정되는 기업으로부터 장비 6대를 수주했다. 또 삼성은 향후 10대 이상의 장비를 확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1분기부터 EUV 노광장비를 수주하기 시작해 지난달 기준으로 본격적으로 장비 출하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 EUV 장비 4대를 출하한 데 이어 10대를 추가 수주한 바 있다.

EUV 노광장비는 ASML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작해 판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장비 가격은 대당 1천500억원이다. EUV 노광장비 10대 이상을 사들이려면 1조5천억원을 상회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 뿐만 아니라 인텔과 TSMC 역시 장비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사진=삼성전자)

■ EUV로 '파운드리 신작로' 뚫는다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의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에 EUV 장비를 우선적으로 도입한다. 이어 EUV는 머지않아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에도 사용될 전망이어서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의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힌 업계에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EUV 노광장비를 시스템LSI에 전세계 최초로 양산 도입할 계획"이라며 "EUV의 D램 양산 적용은 내년께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 EUV 전용 공장에 6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목표 가동 시점은 오는 2020년이다. 이는 메모리로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격차를 벌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권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삼성전자가 EUV를 통해 새롭게 돌입하는 7나노 LPP(Low Power Plus) 공정은 기존 10나노 2세대 공정 대비 전력효율을 35% 올리고 면적은 4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급증하는 시스템반도체 수요에 대응키위해 올해 하반기 7나노 공정 생산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퀄컴과 협력해 생산하는 5세대(5G) 통신 칩에도 이 공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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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는 향후 업체간의 기술 차이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비 보유 대수, 활용 숙련도에 따라 미세공정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이 공정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5나노, 더 나아가 2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을 실현하는 기업이 가려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EUV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달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UV 노광장비는 2019년 이후 1z(10나노대 초반) 공정부터 일부 활용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는 관점에서 (EUV) 도입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