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이 베트남을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로 삼아 사업을 확대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효성그룹은 조 회장이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11일 전했다.
조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전 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효성은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최대 투자 회사이며, 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며 "앞으로 세계 1위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뿐만 아니라 화학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축구연맹 챔피언십 대회에서 베트남이 결승까지 오르며 선전한 것은 베트남과 한국의 성공적인 협력의 상징"이라며 "효성과 베트남도 긴밀히 협력해서 효성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베트남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호치민시 인근의 연짝 공단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약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연짝 공단 내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투자다. 축구장 90개 이상 크기인 약 120만m2 규모의 부지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전동기 등 핵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채용인 규모도 7천명을 넘어섰다.
효성 베트남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생산 효율을 극대화해 왔으며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설 이듬해인 2008년부터 10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는 매출 1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폴리프로필렌·전동기 등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 대한 투자도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효성은 베트남 투자 확대로 국내 생산기지의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30만 톤 규모의 증설을 완료한 용연 프로필렌 공장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파이프용 PP 생산공장으로 전환했다. 이는 베트남에 신설하는 프로필렌 공장을 일반 제품 공장으로 이원화함으로써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등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전동기도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반제품을 만들고 국내 창원공장으로 들여와 완제품으로 제조한 뒤 해외로 수출, 국내 공장의 생산성도 높이고 수출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푹 총리와 베트남 인프라 사업 수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베트남은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전력, 도로, 항만, 도시개발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송전과 건설 부문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효성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인프라 사업에서도 성공을 자신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베트남이 초고압 변압기 부문에서 수입국에서 수출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푹 총리는 효성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효성이 베트남 국영 변압기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화답했다. 또한, 조현준 회장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국투자포럼을 열 것을 제안하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ESS, ATM, 전자결제, 핀테크 등 IT 사업 추진도 논의했다.
조 회장은 기존 제조 공정에 빅데이터와 같은 IT 기술을 결합하는 등 제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신재생에너지· 금융자동화기기·전자결제 사업 등 기술을 보유해 온 효성의 사업 확대 기회도 마련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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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지난 2016년 푹 총리를 만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만남으로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조 회장은 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로 중국 공장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현장 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지난 해 7월에는 중국 허베이성 취저우시의 당서기를 만나 효성의 스판덱스 사업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10월에는 중국 상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섬유 전시회인 '인터텍스타일 2017'을 직접 찾아 고객사의 목소리를 듣는 등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