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중국 법원의 판매 및 제조금지 명령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
중국에서 특허 소송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이번엔 미국 법원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삼성이 미국 법원에 화웨이가 중국 법원에서 받아낸 판매 및 제조금지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을 접수했다.
이 문건에서 삼성은 “화웨이가 최근 중국에서 발령된 필수표준특허 관련 명령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 중국법원, 지난 1월 삼성에 스마트폰 판매-제조금지 명령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20여일 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 선전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월11일 삼성전자가 화웨이 LTE 관련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삼성에게 화웨이 특허로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판결은 화웨이가 2016년 5월 제기한 14개 특허에 대한 침해 소송 건이었다.
그런데 화웨이는 이 소송을 중국에서만 제기한 것이 아니었다. 2016년 5월 미국에서도 함께 삼성을 제소했다.
따라서 삼성은 미국에서 화웨이와의 법적 공방이 본격화되기 전에 ‘중국 법원의 금지 명령 이행’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한 셈이다.
중국과 미국 법원의 소송은 같은 사안이긴 하지만 서로 연결된 건 아니다. 서로 다른 법 체계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뜻 보기엔 삼성의 이 같은 요구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생산 구조를 생산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중국 법원은 삼성에게 무단 도용한 화웨이 LTE 표준 특허를 이용해서 스마트폰을 제조, 판매 및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문제는 삼성이 세계 주요 시장에 공급하는 스마트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법원의 금지 명령을 이행할 경우 미국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판매금지와 같은 효과가 적용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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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번 문건에서 “중국 법원의 명령 때문에 자칫하면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이 프랜드(FRAND) 원칙과 반독점 이슈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과 화웨이는 미국 법원에서도 서로 맞제소한 상태다. 화웨이는 삼성을 특허 침해 행위로 제소했으며, 삼성은 화웨이 특허의 유효성과 함께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까지 함께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