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한국은 인공지능(AI) 강국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며 안타까워했다.
AI강국이 되려면 인프라 등 4가지가 필요한데, 한국에는 이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AI 기대치가 정점(피크)에 와 있다. 앞으로 AI거품이 꺼지고 망하는 기업이 나온다. 몇년후 닥칠 죽음의 계곡을 어떻게 넘을지 정부와 기업이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며 향후 국내 AI시장에 일종의 'SOS 경고'도 내놨다.
솔트룩스는 국내 대표적 AI업체다. 2002년 검색 엔진에 이어 2003년 텍스트마이닝 엔진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AI관련 유럽연합(EU) 최대 연구프로그램 FP7의 'LARKC PROJECT' 에 한국기업으로 2007년 처음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ADAMs)'을 출시, 시선을 모았다.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대학 4학년때 한일번역기를 만들었고, 이 SW를 기반으로 대학원 때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석사 논문을 영어로 썼는데, 영어로 쓴 석사 논문은 인하대에서 지금도 전무후무하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를 최근 역삼동 본사에서 만나 '한국의 AI'에 대해 들어봤다.
■AI강국 되려면 인프라 등 4가지가 필요...한국은 이게 없어
=한국이 AI강국이 될 수 없다는 건 무슨 말인가
▲AI 강국이 되려면 크게 4가지 축이 필요하다.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축적한 경험이다. 먼저 인프라를 보자. 인프라는 대규모 장비와 장치,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게 없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도 상통한다. 이걸 제일 잘하는 곳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다.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업이 아직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회사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이 수십만 서버를 자동화하고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거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분야는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그나마 인프라중 임베디드 부분은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는 레이턴시(지연)와 해킹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임베디드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클라우드보다는 임베디드쪽에 더 경쟁력이 있다.
■공공데이터 지금보다 훤씬 더 혁신적으로 개방해야
=데이터 분야는 어떤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알리바바를 DT(데이터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말한다. 데이터가 없는 AI는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잔치집에 그릇만 잔뜩있고 먹을 음식(데이터)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데이터에도 양과 질이 있다. 양으로는 우리가 중국과 미국을 절대로 못이긴다. 그럼 질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분야 데이터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파격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국회 등이 결단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민간(기업)보고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정부가 먼저 더 공격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 단순히 '정부3.0' 정도의 개방으로는 안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보자. 헬스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심평원이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개방을 안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지만 오류 등 데이터 품질에 대한 두려움도 한 이유일 것이다.
법률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등이 쥐고 안내놓는다. 대법원 판례를 공개하면 부장 판사의 승소율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장이 클 것이다. 대법원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공개를 안한다. 일종의 기득권이기도 하다.
기재부도 마찬가지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재부 산하 기관이 가지고 있다. 이걸 오픈을 안한다. 이런 것들을 개방하게 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데이터 개방을 투명성으로 보고 적극 추진했다. 프랑스는 더 공격적이다. 작년에 '디지털 리퍼블릭 법'을 만들었다. 민간 데이터도 공공 이익에 부합하면 정부가 개방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다. 우리 정부도 이 정도의 강력한 정보 공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력 경쟁력은 어떤가
▲인력 역시 양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 상대가 안된다. 우리나라 SW 인력 수는 미국의 20분의 1밖에 안된다. 중국, 인도와 비교하면 더 적다. 30분의 1 이다. 미국, 중국, 인도의 상위 2~3% SW 인력이 우리나라 전체 SW인력과 비슷하다. 양으로나 질로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축적한 경험도 부족한데...
▲'우버'를 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우버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나. 솔트룩스가 베트남에 지사를 두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베트남 지사를 보고 늘 하는 말이 있다. "베트남 얘들이 만든건 품질이 낮다"는 거다. 왜 그럴까. 일하는 방식과 품질 인식 등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다르다. 하드웨어는 설계도만 갖다주면 만들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다. 문화적 측면이 강하다. 소프트웨어야 말로 축적한 경험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미국처럼 실패해도 정부가 AI에 꾸준히 투자해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테스트베드로 가는 것이다. 예컨대 "AI와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면 한국에서 시험해봐야 해. 한국에는 인력도 있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정부가 지원도 해준대.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 이런 이야기가 세계에 퍼져야 한다.
2000년대만 해도 우리는 세계적 인터넷 강국이었다. 당시 해외에 나가면 "너희는 정말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되냐. 휴대폰으로 TV를 볼수 있냐" 하며 놀라곤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야후 등 세계적 인터넷업체들이 다 들어왔다. 지금은 철수했지만 그래도 당시 인력들이 국내 기업에 들어가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했다. AI도 이런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AI는 산업과 기술이 밀착됐다는 거다. 세계 AI시장은 미국과 중국, 나머지 몇개 나라로 3등분 돼 있다. 우리는 영국, 일본 등과 함께 나머지 나라에 속해 있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AI강국이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계 10대 안에는 들수 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다.
승자독식이 강한게 AI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AI는 산업(인더스트리)과 기술이 밀착돼 있고, 이 둘을 결합하는 접착제(글루밍) 역할을 하는 것이 데이터다.
데이터는 어디에서 나오나. 바로 산업에서 나온다.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업은 우리가 강하다. 세계적 제조 강국이다. LG전자 같은 기업이 전장 분야에 목숨을 건다. 전장에 목숨을 건다는 건 임베디드를 하겠다는 거다.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5G와 임베디드를 엮고 여기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런 것들은 우리가 충분히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력 부분은 아직 답을 모르겠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AI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정부는 경험을 축적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 미국처럼 우리도 실패를 딪고 일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 AI강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캐나다도 과거에 'AI 겨울'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보면 AI관련 대규모 투자 실패가 두번 있었다.
첫번째는 60년대 미국이다. 당시 미 국방성이 IBM 등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통번역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번째 겨울은 일본에서 있었다. 일본이 80년대에 차세대 컴퓨팅 분야에 엄청 큰 돈을 투입했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일본은 AI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투자도 안했다.
일본과 달리 미국은 대규모 실패에도 AI에 계속 투자를 했고 결국 '케일로(CALO:Cogni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라는 성공적 프로젝트를 내놨다. '케일로'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스탠퍼드국제연구소(SRI)와 함께 2200여 억원을 투자한 대형 AI 연구 프로젝트다. 1년에 약 100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우리나라는 이런 대규모 투자 사례가 없다. '엑소브레인'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데 투자액이 10년간 700~800억원 정도다. 미국은 1년에 1000억 씩을 투자했는데, 규모의 경제가 우리와 너무 다르다. 케일로의 SRI에서 3개 회사가 분사됐는데 이 중 하나가 애플이 인수한 유명한 '시리'다. '시리' 창업자들은 시리를 매각(엑시트)한 후 다시 비브랩스라는 회사를 세웠고 삼성전자가 이를 인수했다.
미국은 이처럼 정부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 수확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 수확한 사람은 혼자 먹어치우는게 아니라 다시 씨앗을 뿌린다. 정부 투자->기술 개발->엑시트->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생태계가 취약하다.
■가트너도 "AI에 죽음의 계곡 온다"고 말해
=지난 11월에 솔트룩스가 개최한 연례 콘퍼런스(SAC:Saltlux Annual Conference)'에서 "AI거품이 정점이다.죽음의 계곡 시대가 온다"고 했는데.
▲AI 거품이 정점에 왔고, 죽음의 계곡 시대가 온다는 건 내 주장이기도 하지만 가트너 기술사이클(하이프사이클)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신기술은 처음에 등장해 각광을 받다 기대치가 올라간다. 이후 정점을 찍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버블이 꺼지고 망하는 회사들이 나온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는 죽음의 계곡이 시작되고, 이 계곡을 넘는 기업만이 돈을 번다.
인터넷도 이런 사이클을 거쳤다. 아마존이 1997년에 상장했고 2000년에 인터넷산업 피크가 왔다. 하지만 2001년부터 인터넷산업이 거꾸라졌고, 2003년에 거품의 절반 이상이 꺼졌다. 죽음의 계곡을 넘긴 인터넷기업만이 2005년 이후 돈을 벌었다.
AI도 마찬가지다. 2016년에 알파고 사건이 일어났고 지금 기대가 거의 정점이다. 2019년부터 거꾸러지는 기업이 나오고, 2020년이나 2021년에 쯤 바닥을 칠 것이다. 이후 죽음의 계곡 시대가 닥치고 이 시기를 넘는 기업만이 성장을 할 수 있다. 열매를 따는 시기는 2025년이나, 2026년쯤 되지 않을까 한다.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술도 태반이다. 가트너 하이프사이클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AI도 죽음의 계곡은 반드시 오고, 이를 어떻게 건널 것인지를 정부와 기업이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VC들이 더 이상 AI 스타트업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는데...
▲두달에 한번은 미국에 간다. 미국 VC들은 3가지 관점에서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첫째, 상장(IPO)을 겨냥한 투자다. 둘째는 투자 회사간 기술 시너지를 내는 경우다. 세번째는 인력 흡수, 즉 탤런트 어퀴지션(Talent Acquition)이다.
미국에서 최근 몇년간 이뤄진 AI 투자는 대부분 '탤런드 어퀴지션'이다. 스탠포드와 MIT 등을 나온 인력을 인당 얼마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들이 구글, 애플 등에 팔린다. 그런데 이런 탤런트 어퀴지션이 끝났다. 미국 VC들이 더 이상 탤런트(인력)를 보고 AI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몇년전에는 구글이나 AI스타트업이나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구글이 저만치 앞서 있다. AI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낮다.
■내년에 '차세대 아담' 등 신제품 4종 선보여
='SAC'는 외국 데이터 전문가도 초청하는 등 글로벌 성격을 띤 콘퍼런스다. 12년째 이런 행사를 열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개최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행사다. 어떻게 이런 행사를 열게 됐나.
▲구글 어시스턴트 핵심으로 구글이 사용하는 '날리지 그래프'가 있다. 아마존 '알렉사'에는 알레사의 온톨리지가 들어 있다. 우리는 12년전인 2004년부터 날리지 그래픽과 시맨틱 그래픽 사업을 했다. 지금 각광 받는 기술을 12년전에 연구개발 한 것이다. 당시 사업을 하면서 교수 등 해외 사람과 협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또 내가 해외에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12년전에 콘퍼런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외국과 화상으로도 연결했다. 사전 등록을 800명이 했는데 실제는 600명이 왔다. 지난해부터 행사 컨셉을 바꿨다. 작년에는 콘퍼런스보다 신기술과 신제품을 알리는데 주력했다.콘퍼런스지만 혁신적 제품을 알리는 이벤트 식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순전히 콘퍼런스 식으로 개최했다. 내년에는 다시 신제품에 초점을 맞춘다. 시기는 역시 11월이고, 차세대 '에바'를 포함해 신제품 4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AI협의회장을 맡고 있는데, 국내에 AI 기업은 몇 곳이나 되나
▲AI협의회는 한국소프트웨어협회 산하단체다. 회원사는 15개 안팎이다. 모두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단체도 있다.지능정보산업협회다. 2016년 12월 창립했다. 여기서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능정보산업협회 회원사는 50여곳 정도다.
=솔트룩스는 어떤 회사인가
▲1979년 설립한 모비코인터내셔널이 모태다. 2003년 내가 세운 자연어 처리 전문기업 시스메타와 모비코가 합병했고, 2005년 8월부터 솔트룩스라는 사명을 쓰고 있다. 솔트룩스는 소금(솔트)과 빛(룩스)이라는 뜻이다. 사명을 지을 당시 전문회사에서 200~300개를 추천받았는데 솔트룩스를 골랐다. 솔트는 문화적 및 재정적 가치를, 룩스는 첨단 기술과 속도를 의미한다.
기업마다 사명선언(미션 스테이트먼트)이 있다.우리의 미션스테이트먼트는 'Communication Knowledge', 즉 세상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지식 소통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계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정보와 언어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지식을 소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런 미션스테이트먼트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한 거 같다(웃음).
우리 핵심 기술과 제품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두 축으로 한다. 빅데이터는 ‘빅오(BigO)’란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아담(ADAMs)’이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글로벌 ‘지식엔진’을 보유한 세계 10대 지식 서비스 기업을 지향한다.
=솔트룩스가 첫 창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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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두번째다. 첫 창업은 대학원 때 했다. 석사 마치고 LG전자 들어가면서 이 회사를 팔았다. 내가 개발한 SW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회사였고, CTO였다. CEO와 가치관이 달라 지분을 매각했다. 이 돈으로 2000년에 솔트룩스 전신인 시스메타를 설립했다. 친구 2명과 함께였다.
지금도 나를 포함해 초창기 설립자 5명이 모두 솔트룩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회사 특징 중 하나가 오래 근무한 사람이 많다는 거다.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30명 정도 된다. 솔트룩스라는 이름은 2005년 8월부터 썼고, 2006년부터 내가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