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쏠린 눈...산업 키우는 규제 방안 찾아야

인터넷입력 :2017/12/06 07:56    수정: 2017/12/06 07:56

손경호 기자

"가상통화는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다. 대신 투기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법적인 규제책은 마련하겠다."

4일 정부가 가상통화 관계부처 합동TF 회의를 통해 밝힌 공식 방침이다.

이날 법무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상통화 대책TF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를 두고 어떤 보증도 할 수 없는 투기수단으로 규정했다.

■ 글로벌 시장서 암호화폐-블록체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은 기업회계기준위원회를 통해 암호화폐를 기업자산으로까지 인정하는 회계규칙을 마련하며 어떻게 해서든 제도권으로 편입되도록 하는 중이다.

스위스에서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에 대한 파생상품 거래를 승인하면서 글로벌 2위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에 대한 선물거래를 연내 출시한다는 등 소식도 들린다.

■ 규제 필요하나 산업 키우는 '똑똑한' 규제 절실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투기적인 성격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ICO를 사칭한 가짜 거래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세운 묻지마 규제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기술적, 경제적 흐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테면 최근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사물들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제가 이뤄지는 시대를 대비해 등장한 암호화폐 '아이오타(IOTA)'는 지난 3일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대비 70%가 올랐다. 수치만 보면 투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것처럼 보인다.

갑작스런 가격변동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체방안이 필요하나 가격이 급등락한다고 해서 IOTA 자체를 단순한 투기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IOTA재단은 삼성전자, MS, 시스코, 폭스바겐 등과 협업해 해당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암호화폐 기반 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데 협업한다.

더구나 IOTA의 갑작스런 가격상승을 이끈 것이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시스템스,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암호화폐를 활용한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 등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CNBC에 따르면 IOTA 데이비드 손스테보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며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는 참여 기업들이 데이터를 판매하는 대신 수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셈법에 빠른 글로벌 IT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판매하는 공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IOTA재단과 협업에 나선 것이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과열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일단 막고보자는 식은 정부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를 만드는데도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생태계가 국내에 쏠린 관심이 커진 만큼 보다 똑똑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서 관련 업계 자율규제방안을 만들고 있는 블록체인산업협회 김진화 공동대표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투기과열을 막기위해서는 지금처럼 규제를 안 하는 척하면서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거래소에 대한 인가제든 등록제든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가상통화 거래는 유사수신행위"

금융당국은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사용자 보호장치를 마련해 거래소를 운영 중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당분간 금지,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는 유시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의원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 대로라면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행위는 원천 금지되지만 투자자들의 예치금을 외부에 예치해 관리하고, 사용자 본인확인, 자금세탁방지 등 시스템을 구축하면 예외적용을 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은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거래를 마치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사기를 뜻하는 유사수신행위로 본다는 점에서 오히려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를 싹부터 잘라버릴 우려가 크다.

■ 글로벌 생태계는 되레 한국에 관심 쏠려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방한하는 일이 잦아졌다.

5일 방한한 모나코라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전문 기업은 비자카드와 손잡고 비자 가맹점이라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암호화폐 혹은 기존 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전용카드를 만들어 내년 중 싱가포르에서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다. 해당 카드에 대한 사전 주문자는 벌써 3만여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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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퓨리는 병원이나 기타 기업들 끼리만 쓸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현하면서도 해킹, 위변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이 운영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추가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이와 관련 국내서 비즈니스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수개월 내에 한국지사까지 차릴 계획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블록체인 생태계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협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규제보다는 해당 산업을 잘 키워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 수 있게 돕는 '똑똑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