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비즈니스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힐 것이다. 산업이나 학문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AI 전문가들은 AI가 비즈니스의 미래 지형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했다. AI가 다양한 산업군뿐만 아니라 학문, 실생활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AI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아직까지는 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한계도 많기 때문에 AI 수준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을 비롯한 대중 미디어들이 AI를 과대 포장할 경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져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AI 기술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데이터 확보와 활용을 비롯한 여러 과제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팬 팬 AI부문 개발 책임자와 데브 무커지 IBM 왓슨 아태지역 기술 총괄, 스기야마 마사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혁신지능통합연구센터(AIP)장, 한양대학교 장준혁 교수 등 전문가들은 22일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테크서밋(ATS) 국제컨퍼런스 라운드테이블에서 AI산업 현재와 미래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 "AI, 세상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동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네 전문가는 AI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선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공개한 보고서가 화제에 올랐다. 액센추어 보고서는 AI란 요소가 추가될 경우 주요 국가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1.6%P, 일본은 1.9%P, 그리고 미국은 2%P 추가 성장한다는 게 액센추어의 전망이었다.
이런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AI가 저성장 시대를 극복할 추가 성장 동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AI의 영향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달랐다.
알리바바의 팬 팬 AI부문 개발 책임자는 "그동안 텍스트로 검색했던 것을 AI 기술을 통해 이미지 검색을 가능케 하며 검색 효율성을 높였다"면서 "AI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힌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술들이 추가 수요를 창출하면서 알리바바 매출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중국 광군제에서 28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거래 물량을 소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팬 팬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앞으로 새로운 유통, 제조, 금융, 기술, 에너지(데이터)가 온다고 말한다"며 "알리바바는 AI기술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유통 산업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IBM 데브 무커지도 AI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덴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무커지는 AI 역시 여러 변수 중 하나라면서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무커지는 "AI 알고리즘 하나로 경제 성장이 촉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며 "AI로 고용이 변하고 업계가 성장해 나아가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기야마 센터장은 "AI가 비즈니스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AI는 우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자산이며, 산업이나 학문 모든 분야가 AI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준혁 교수는 "앞으론 모든 백색 가전에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돼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 똑똑하게 만들 양질 데이터 확보, 생각보다 어려워
AI의 핵심 축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다. 특히 양질의 데이터는 AI 산업 성장을 위해선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AI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선 빅데이터가 필수적이 때문이다. 하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나 윤리적인 이슈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데이터 확보 문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법적, 윤리적 이슈 때문에 공공 데이터만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 팬 팬은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비해 데이터 확보가 수월할 것이란 일부 지적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팬팬은 "중국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어 데이터를 함부로 수집하지 못한다"며 "알리바바는 공공데이터를 사용한다. 마켓 플레이스에 가면 셀러들이 이미지를 올리거나 구매자들이 사진 등을 통해 후기를 남기기도 하는데, 이런 데이터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BM 데브 무커지는 "왓슨도 병원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학회나 논문 등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다"며 "주로 공공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인식이 주전공인 장준혁 교수는 데이터 확보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장 교수는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만 수집이 매우 어렵다"며 "AI스피커를 연구한다고 해도 스피커에 마이크 몇 개를 배치하는지에 따라 음성 인식률이 바뀌기도 한다. 대학 연구시 데이터가 부족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도 하는데, 기업에서 대학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면 연구가 더 빨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기야마 센터장은 "윤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AI 윤리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규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며 "쉬운 주제는 아니지만 AI 책임성에 대해 논의중이다. 이에 대해 어느정도의 규칙이나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업간 AI 빈부격차 심해…룰 깨야
기업간 AI 기술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머신러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스기야마 센터장은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큰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기업은 조그마한 데이터를 갖고도 머신러닝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 팬은 "대기업은 AI기술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장점이 있지만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작은 기업도 수익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구글 처럼 데이터가 많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며 "그러나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아마존이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 집안을 점령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듯이 플랫폼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학적 재능 갖춘 복합적 인재 필요
AI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각 전문가들은 AI 인재로 거듭나려면 한 분야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는 복합학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장 교수는 수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는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라며 "인공지능을 정말 잘 아는 1명이 그냥 잘하는 100명보다 낫다. 수학적인 백그라운드를 알아야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뇌공학이나 심리도 알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알고 있기 힘들지만, 기본 지식이 탄탄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AI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기야마 센터장 또한 장 교수가 강조한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AI에서 프로그램이 아무리 완벽해도 데이터가 불량하거나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으면 수학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AI 인재들은 수학과 프로그래밍에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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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센터장은 "젊은 인재들이 성장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산업에서 대학으로 다시 돌려보내 서로 기술을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IBM 데브 무커지는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기 위한 열정과 성정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