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을 걷다가 원하는 취향의 가방을 발견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바로 주문한다.
#2. 해외 쇼핑몰을 방문했다가 무슨 상품인지 몰라 스마트폰으로 찍어 번역된 설명서를 읽고 난 뒤 자국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3. 소셜미디어를 검색하다가 나온 괜찮은 상품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비슷한 상품을 산다.
이전까지 키워드 검색에만 의존했던 온라인 상품 구매 방식이 인공지능(AI) 기술이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상품을 찍으면 거의 비슷한 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광군제에서 하루만에 28조원 거래 매출을 기록한 알리바바는 AI를 전자상거래에 제대로 녹여내기 시작했다.
22일 지디넷코리아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제1회 아시아테크서밋(ATS)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알리바바 클라우드 팬 팬 AI 부문 개발 책임자는 "2014년 8월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한 비주얼서치 하루 사용 건수는 수 백 건에 그쳤지만 이후 몇 년 간 기술혁신을 거쳐 검색 정확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올해 7월 기준 1천만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 광군제 기간 3천만이 찾은 비주얼서치 '파일리타오'
팬 팬은 딥러닝을 활용해 대규모 상품분류(인덱싱) 및 상품검색 기술을 갖춘 지능형 비주얼서치 '파일리타오(Pailitao)'를 고안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 내 타오바오, 티몰 등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1억개 상품들에 대한 30억개 이미지가 인덱싱 돼 있다. 하루 평균 1천200만명 사용자들이 찾는 만큼 파일리타오에 대한 활용도도 높다.
광군제 기간에는 하루 동안 3천만명이 파일리타오로 원하는 상품을 찾았다.
타오바오 모바일앱은 물론 심지어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에서도 동영상을 감상하면서도 이곳에 등장한 상품을 검색해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팬 팬은 비주얼서치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일명 '리얼샷 이미지'의 품질이 떨어질 때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어두운 환경 혹은 멀리 있는 상품 이미지를 찍는 탓에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상품을 제대로 인식하기 쉽지 않은 경우들이 생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파일리타오는 촬영된 이미지에서 상품에 해당하는 영역만 조정해서 검색하거나 신발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촬영하는 방식을 고려해 한 짝만 인식하는 등 기술을 적용해 검색 및 인식 정확도를 높였다.
기술적으로는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CNN을 활용해 일명 '딥랭킹(Deep ranking)'을 활용해 사용자가 촬영한 품질이 떨어지는 사진을 보고도 의도한 상품을 제안한다.
■ 딥러닝 기술 덕 본 비주얼서치
보다 구체적 비주얼서치의 작동원리는 크게 오프라인, 온라인 작업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에서는 기존 이미지에서 상품 부분만 잘라내기한 다음 특징을 추출해 상품분류 엔진에 입력한다.
온라인에서는 사용자가 비주얼서치를 통해 촬영한 이미지를 입력하면 해당 사진이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된 상품인지를 인식한 뒤 상품 부분 이미지만 잘라내 보내진다. 그 뒤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 맞는지에 대해 순위를 매겨 최종적으로 이미지와 유사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에 더해 알리바바는 딥러닝에 필요한 연산작업을 스마트폰 안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여서 비주얼서치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가 하면 입력된 이미지를 보고 자동으로 상품을 분류하는 인덱싱 엔진도 성능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100억건 이상 데이터가 입력돼도 1천분의1초(밀리세컨드)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 타오바오몰 등에서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거쳐 자동차 이미지만 보고도 몇 년식인지, 어떤 차종이고 모델명은 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성능을 높였다.
■ 고객대응-사용자 댓글 분석-도시 관리까지 AI 적용
알리바바가 보유한 AI는 비주얼서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팬 팬은 "이제는 AI가 조합돼야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알리바바 내에서는 음성 상호작용, 비전 기술, 자연어 처리, 지능형 의사결정 등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해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타오바오 모바일앱에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음성으로 얘기하는 것만으로 구매할 수 있다. 광군제처럼 수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는 시기에는 스마트Q&A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자동응답으로 대체한다.
비전 기술의 경우에는 비주얼서치 뿐만 아니라 시티 브레인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 얼굴 인식, 자동차 인식 등을 활용해 도시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쿠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동영상 고유 지문을 확인하는 '비디오 핑거프린트'를 통해 중복되는 동영상이 올라가 있지 않도록 관리해서 스토리지 사용량을 줄이는 일도 가능하다.
자연어 처리는 사용자의 댓글, 의견 등을 분석해 더 나은 상품, 서비스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알리NLP플랫폼'을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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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와 같은 기간에는 지능형 의사결정 기술도 빛을 발한다. 광범위한 머신러닝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한다. 이에 더해 어떤 운송경로가 가장 최적의 길인지를 찾는 알고리즘과 함께 심지어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러한 알고리즘이 의사결정을 내린다.
팬 팬은 "이러한 모든 역량은 이미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어서 외부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