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캐릭터 인형. 매뉴얼대로 붓으로 물감을 입혀가다 보면 몇 시간이 금새 지난다. 이렇게 완성된 인형은 본인만의 '아트토이'가 된다. 유년기 색칠공부가 입체감 갖춘 3D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거창한 작업까지는 아니지만 취미로 즐기자니 재료 조달은 번거로울 수도 있다. 물론, 필요한 아이템을 계속해서 혹은 한 번에 구매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접 제작한다는 뜻의 'DIY(Do It Yourself)' 마니아들이 주목할 만하다.
스타트업 '라돈'은 자체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이런 취미 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 2015년 라돈을 창업한 오서빈 대표㉖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꽤 유명인사다. 취미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조립세트, 다시 말해 'DIY KIT' 형태로 판매 중이다.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손재주 부족한 이들에게도 분명 존재합니다. 선사시대에도 사람은 벽화를 그리고 도구를 만드는 등 손으로 무언가를 이뤄왔죠.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빠져 '손 본능'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주 타깃은 20~30대 젊은 층.퇴근 후 2~3시간 정도를 취미에 할애하려는 직장인들의 호응도가 높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매뉴얼을 보며 갖가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 '아트토이'를 완성해 가는 모습은 핸드메이드 장인을 연상케 한다.
색칠할 모형과 붓, 물감 등의 아트토이 세트가 단순해 보이지만 제작 과정은 주도 면밀하다. 3D 프린터와 트렌드 분석 등이 동반된다.
"금형 방식 생산이라면 토이의 각 부위마다 금형 틀이 필요하겠죠. 하나에 2천만~3천만원은 들어갑니다. 5개 부위라면 억대가 넘어가는 셈이에요. 판매가 상승은 물론 디자인 변화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3D 프린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습니다. 전기세와 재료비 정도면 수요에 맞춘 다품종 생산이 가능합니다."
단, 색칠하는 아트토이만이 라돈의 주력은 아니다. 트렌드에 맞는 취미 아이템이라면 DIY KIT로 개발한다. 3D 프린터와는 동떨어진 카테고리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허브와 향신료 등을 스스로 배합, 저마다의 차(茶)를 만드는 티브랜딩 세트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개발할 아이템은 취미시장 트렌드 연구를 거쳐 선정합니다. SNS에서 '취미', '공예' 등 관련 해시태그와 연관 키워드들을 분석하면 수요가 보여요. 얼마 전에는 '프랑스 자수'에 유독 눈길이 갔습니다. 아이템 분석 후 고객 편의를 위한 사용자환경(UX)을 입히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질리지 않으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유죠."
이슈몰이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IT 월드쇼'에 참여하는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메이커스리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제일제당과 안중근기념관 등 자체 아트토이를 제작하려는 기업/기관들과는 협업이 이뤄졌다. 카페24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로의 고객 유입도 수직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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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특별한 취미를 위한 연구 과정이 즐겁습니다. 기존에 없던 취미생활 세트를 지속 선보이겠습니다. 유치원을 비롯해 어린이 관련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혀보겠습니다."
오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만원을 모아 라돈을 창업했다. 지난 2014년에는 카이스트 E5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