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클라우드를 넘어 멀티클라우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업이 자체 구축한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전문 사업자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것을 넘어, 여러 사업자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증가 추세다.
한 술 더 뜨는 시각도 있다. 기업은 여러 사업자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혼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매니지드서비스업체(MSP) 베스핀글로벌의 중국 현지법인 베스핀차이나의 박경훈 대표가 최근 이런 취지의 발언을 남겨 눈길을 끈다.
베스핀글로벌은 클라우드 구축, 퍼블릭클라우드 인프라 관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성, 서비스 이전을 지원하는 회사다. 호스팅업체 호스트웨이 사업부로 시작해 2년전 독립법인화했다. 현재 7개국 11곳에 220여명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과 데이터센터를 뒀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애저, IBM클라우드, 알리윈 알리클라우드 등 미국과 중국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혼용하고자하는 기업 수요를 지원한다.
베스핀글로벌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간담회를 통해 '베스핀서비스플랫폼(BSP)'이라는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관리플랫폼의 장애대응 자동화 신기능을 선보였다. [☞관련기사] 박경훈 베스핀차이나 대표가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면서 멀티클라우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체 인프라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퍼블릭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쓰는 흐름으로 시작했다. 이제 퍼블릭클라우드 활용 비중이 증가 추세고 여러 퍼블릭클라우드를 쓰려는 '멀티클라우드'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 미국 등 해외 시장 흐름을 보고 판단하자면 그렇다. 미국에서도 VM웨어같은 프라이빗클라우드 솔루션을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위주로 쓰다 퍼블릭클라우드 수요가 커졌다. 초기 퍼블릭클라우드 수요는 재해복구(DR)였다. 백업. 그러다 다른 워크로드도 이전하기 시작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나 다른 전통적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옮긴다. SAP 하나 또는 오라클 클라우드를 쓰기도 하고."
기업들이 단지 백업이나 기성 애플리케이션 이전 환경을 필요로했다면 퍼블릭 클라우드 수요를 급증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설명이 이어진다.
"클라우드를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원인은 빅데이터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모든 것이 데이터가 돼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이든, 온프레미스 데이터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렬하고 분석, 예측으로 가치를 더하려면 퍼블릭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다. 데이터 스토리지만 보더라도 (기업이 써야 할 인프라를 주거공간에 비유하면) 집을 계속 넓히면서 새로운 방을 붙여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 알 수 없으니 유연성이 필요하다. 분석을 위한 추가 컴퓨트 파워와 메모리 용량도 계속 필요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비즈니스 담당자에겐 퍼블릭클라우드가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싸다. 퍼블릭클라우드가 필요한 이유다."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 활용하기 위한 유연한 인프라로 퍼블릭클라우드의 가성비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얘기다. 멀티클라우드의 당위성 근거가 이어서 제시된다.
"한국에 (클라우드사업자로) KT가 있다. AWS와 MS애저도 있다. 80%(점유율 보유 업체)는 AWS다. 어차피 AWS가 80%면 거기만 쓰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을 보자. 중국에선 65%가 알리윈이다. AWS와 MS 둘 다 5%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텐센트 T클라우드, 바이두 클라우드, 유클라우드(KT와 무관함)같은 현지업체가 지역마다 있다. 현지 사업하려는 고객 입장에선, 갑자기 2개 업체 인프라 쓰는 상황을 맞는다. 어떨 땐 기능 문제로, 어디는 챗봇이 낫고, 다른 어디는 DB가 낫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심천에 있는데 북경에 IDC가 있으면 네트워크 이슈가 우려돼,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 소재지 때문에. 중국서 알리클라우드만 쓰던 고객이 해외 나가면 IBM, MS애저, AWS 중에 뭐쓸까, 한국에서도 KT 쓰다 해외나갈 때 뭐쓸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도 멀티클라우드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글로벌 무대에서 최종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지역별로 최적 인프라를 갖춘 클라우드사업자를 쓸 수밖에 없고, 서비스 구성 방식에 따라 필요한 기술의 장단점을 가리다보면 또 여러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의 마지막 3번째 이유는 흔히 업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문제, 종속성 회피였다.
"벤더 종속성을 피하기 위해서도 멀티클라우드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 퍼블릭클라우드 한 곳에 운영 인프라를 집중해 의존하면 대기업에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리스크 헷지를 위해 멀티클라우드를 쓰기도 한다. 이미 대기업 80% 이상이 미국에서는 멀티클라우드를 쓴다. 멀티클라우드를 쓴다는 게, 필요 워크로드 10개를 AWS와 MS애저에 똑같이 10개씩 만든다는 얘긴 아니다. 한 쪽에 8개, 다른 한 쪽에 2개를 두는 식이다. 아니면 (사업자별로 성능이나 경쟁우위가 있는 기능을 구분해) 한쪽을 DR 용도로 쓰고 인공지능(AI)은 MS애저를 쓴다, 이런 식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이런 시장 상황에서 기업을 여행자에, 기업이 자체 보유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자체 보유한 주택에, 퍼블릭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를 호텔에, 베스핀글로벌과 베스핀차이나같은 MSP업체의 역할을 여행사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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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현지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신라호텔로 가면 된다. 미국, 유럽, 어디에 가든 똑같이 이용하려면 메리어트호텔 가면 된다. 고급기능을 따져야 한다면 3성급보다 5성급 찾으면 된다. 엔터프라이즈의 시나리오는 단독이 아니라 30명씩 같이 움직이는 단체여행자에 가깝다. 호텔뿐아니라 항공편, 픽업차량, 여행스케줄까지 다 짜줄 사람이 필요하다. 패키징하기. 그게 우리 역할이다. 어떤 대기업은 레거시 애플리케이션 300개를 클라우드에서 돌리고자 한다. 전략도 우리가 짠다. 일단 100개정도만 옮기고, 그것도 MS애저에 둘지, (중국)유클라우드에 둘지, AWS에 둘지. 실행 난도에 따라서 DB마이그레이션, 사이트마이그레이션을 수행하거나. 완전히 새로 배포할 수도 있고."
결국 기업들이 왜 멀티클라우드를 쓸 수 밖에 없느냐는 기업 입장에서 그게 편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그렇게 쓰고 있고, 중국에서도 직접 봤으니, 앞으로 한국 시장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본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이런 멀티클라우드라는 사용 행태는 기존과 동떨어진 변화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확산하는 기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뉘앙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