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 새국면…출발은 美 대법원 판결

특허법 289조 재해석…디자인특허 배상기준 낮춰

홈&모바일입력 :2017/10/24 17:29    수정: 2017/10/24 19:4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연 미국 연방대법원은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이 과도하다고 판결했을까?

삼성전자와 애플이 배상금 산정을 위한 재판을 새롭게 하게 되면서 지난 해 12월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판결 때문에 삼성과 애플이 또 다시 새로운 재판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루시 고 판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2012년 재판 당시 배심원 지침에 문제가 있단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배상금 산정을 위한 새 재판을 열겠단 명령을 발령했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렸던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이에 따라 삼성이 디자인 특허 침해 건에 대해 부여받았던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이 타당한 지 여부를 놓고 새롭게 배심원 재판을 하게 됐다.

두 회사 간 1차 특허소송인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재판만 세 번째로 하게 됐다.

그런데 이 소식을 보도하는 상당수 매체들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해 12월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이 과도하다는 판결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게 과연 사실일까?

이 부분을 팩트체크하기 위해선 이번 재판의 쟁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3억9천900만 달러'는 언급하지 않아

이 재판 항소심에서 삼성은 일부 승소했다. 제품 특유 분위기를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덕분에 9억3천만 달러였던 배상금이 5억4천800만 달러로 대폭 경감됐다.

이에 삼성은 2015년 12월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상고했다. 당시 상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 디자인 특허는 ‘장식적 부분’만 보호하도록 돼 있다. 기능이나 추상적 개념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 지침에 이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2. 하급법원은 삼성의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을 산정했다.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것이 합당한가?

대법원 소송 당시 삼성이 제시한 컵 그림. 컵과 스마트폰은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데 사용됐다. (사진=삼성 대법원 준비 서면)

연방대법원은 2번 주장에 대해서만 상고 허가를 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문은 철저하게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는 게 합당한가’란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삼성이 상고한 지 1년 만인 지난 해 12월에 나왔다.

본문 34쪽으로 구성된 대법원 판결문 그 어디에도 삼성 배상금 3억9천900만 달러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배상 액수의 과다 여부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원칙적인 부분에 대한 판결만 했다. 즉 미국 특허법 289조의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부분 중 ‘제조된 물건’이 꼭 완제품일 필요는 없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 특허법 289조 잘못 해석해 과도한 배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피해를 막으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됐다. 다시 말해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 특허법 289조의 유용성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삼성이 하급심에서 부여받았던 배상금액의 구체적인 액수는 34쪽 판결문 그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법원처럼) 제조물픔을 판매되는 전체 제품과 동일시할 경우엔 예외없이 과도하면서도 자의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시 고 판사

이런 전제 하에 두 회사 간 분쟁의 쟁점이 된 디자인 특허권이 전체 제품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하급심에서 따져보라면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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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대법원은 제조물품을 전체 제품과 동일시하는 특별한 경우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입증 책임을 진다고 적시했다.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받으려면 그런 요구를 하는 측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따라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이 과도하다고 판결했다”고 진술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틀린 얘기다. 제조물품을 전체 제품으로 동일시함으로써 과도한 배상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 판결이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