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정당 별 방송철학과 이해관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만 확연하게 드러내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파행' 전망까지 나온 방통위 국정감사는 오전 질의 이후 오후 질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과 야당, 감사 대상 기관인 방통위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 불법 시위다, 선서 못받는다, 호칭 못부른다
이날 오전 방통위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감사장 앞에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고용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 요구 시위였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방통위와 보수 야당의 칼끝이 모이는 지점이 국감장 앞에서 감사 이전에 벌어진 셈이다.
이 문제는 감사 시작 직후부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상임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국회 경내에서 일어난 불법 집회”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상임위 감사 진행에 방해를 받은 것은 아니니 넘어가자”고 맞섰다.
감사 시작 직후에도 의원들은 날이 선 모습을 보였다. 감사장에 입장하기 직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노트북에 위원장 사퇴 요구 문구를 붙여뒀다. 또 당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위원장의 감사 기관증인 선서와 인사말도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이효성 위원장의 선서와 인사말, 조경식 사무처장의 업무현황 보고로 감사가 시작됐지만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감사를 할 이유도 없다며 자리를 떴다.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의원은 방통위의 기관 증인 대표인 이효성 위원장을 두고 정식 호칭을 쓰길 거부했다.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적폐위원장’이란 호칭으로 불렀다.
■ 관리감사 기관 자료제출 요구도 서로 반대
이후 의원들의 질의는 강규형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으로 집중됐다.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은 강규형 이사가 회사 법인카드로 애견카페에서 34차례 결제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낸 수신료가 사적인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강효상 의원은 언론노조가 강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았지만, 강 이사가 부인하는 뜻을 담은 입장문을 냈고 오히려 KBS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된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두 의원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자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은 KBS로부터 이사회의 법인카드 내역을 제공받아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 권능을 활용해 KBS 이사회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인하면 맞고 그름을 따질 수 있지 않냐”며 “여야 간사가 KBS 자로제출 요구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여당 의원과 또 동조하는 일부 야당 의원 6명 이상이 모여 자료제출 자격을 갖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은 “국회가 국민 의혹과 공정 방송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 받는데 원칙적인 이의가 없다”면서도 “자칫 국회가 불법 행태의 방통위 2중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MBC 기자 출신 의원의 눈물
이날 오전 질의가 끝날 무렵 감사장 안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수 의원이 같은 상임위 소속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을 언급하며 눈물을 훔쳤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다.
감사 질의를 맡은 김성수 의원은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이 방송장악이라는 게 일부 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이라며 “기자와 PD, 아나운서를 스케이트장 관리를 맡기고 영업을 시키고 부당노동행위 제소에서 지면 한 방에 몰아놓고 일을 안 주는 것이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MBC에서 함께 30년을 보낸 최명길 의원은 정치부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하다가 마지막 자리가 수원지국 영업사원이었다”며 “이런 짓을 해 온 게 9년 동안의 MBC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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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 사례를 들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 속개된 감사에서 질의를 맡은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오전 김성수 의원의 눈물에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