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또 다시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설 수 있을까?
삼성이 ‘밀어서 잠금해제’ 같은 실용특허가 쟁점인 애플과 2차 특허소송 항소심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패소한 건 지난 해 10월이었다. 그리고 5개월 뒤인 지난 3월 미국 대법원에 상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인 1차 소송 때 미국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했던 삼성은 또 다시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상고신청서를 접수한 지 6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어떻게 된 걸까?
■ 대법원, 9월말까지 하계휴가…10월초 새 개정기 시작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머지 않아 긴 기다림이 끝날 전망이다. 미국 대법원이 3개월 간의 하계휴가를 끝내고 다음주부터 새로운 개정기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미국 대법원 판사들은 6월말부터 9월말까지 3개월 간 긴 하계 휴가를 갖는다.
물론 대법원 판사들이 휴가 기간이라고해서 무조건 쉬기만 하는 건 아니다. 미국 대법원 사이트에 올라온 일정표에는 25일(현지시간)에도 대법관들이 회의를 갖는 걸로 돼 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10월2일 오전 10시에 공개 세션을 시작한다고 돼 있다. 이 때부터 새로운 개정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삼성이 또 다시 미국 대법원에서 애플과 공방을 벌일지 여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소송은 밀어서 잠금해제, 데이터태핑, 그리고 단어자동완성 등 세 가지 애플 특허권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이던 삼성과 애플 간 1차 소송 때는 미국 특허법 289조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번엔 미국 특허법 103조가 쟁점 조항이 될 전망이다.
특허 부여 조건을 규정한 102조의 단서 조항인 특허법 103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그 발명이 이루어질 당시에 선행기술과의 차이가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을 가진 자들에게 자명한 것이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103조는 미국 내에서 특허 무효 소송을 할 때 단골로 적용되는 조항이다. 특히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는 약한 특허권을 점검할 때마다 특허법 103조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밀어서 잠금 해제’나 ‘단어 자동완성’ 같은 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흠결이 있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실제로 애플도 밀어서 잠금해제나 단어 자동 완성 기술을 자신들이 개발하진 않았다는 덴 동의한다. 선행 기술을 개선해서 특허를 받아냈다.
그런데 하급법원은 이런 허약한 특허권을 토대로 침해 판결을 했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따라서 연방항소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특허법 103조의 ‘자명성’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단 얘기다.
삼성 얘기를 간단하게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만약 애플 특허 같은 것들을 ‘배상 판결’로 보호해줄 경우엔 시장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을 결합한 특허권들이 범람할 가능성이 많다. ‘통상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술들이 특허권으로 둔갑할 수도 있단 얘기다.
그럴 경우 특허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삼성은 주장한다.
■ 5% 남짓한 상고허가 비율…삼성의 운명은
미국 대법원은 1년에 60건 내외의 사건에 대해서만 심리하고 있다. 한 해 1천 건 이상 상고신청이 들어오는 걸 감안하면 상고심 법정에 설 확률이 5%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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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미국 대법원은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거나 법률 적용 과정에 중대한 흠결이 있는 경우에 한해 상고를 허가하고 있다.
과연 삼성은 이 험난한 관문을 뚫고 또 다시 미국 대법원 법정에 설 수 있을까? 한국시간으로 추석 연휴 기간을 전후해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